[기자수첩] 최경환 부총리의 ‘희망 고문’

입력 2015-03-2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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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엘리 정치경제부 기자

3선의 국회의원답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부처 내부의 평가는 “유머러스하고 인간적인 매력이 넘친다”는 칭찬 일색이다. 가까이서 최 부총리를 지켜본 기자들도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말할 정도다.

가계소득을 올려서 경제를 살리자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꺼낸 것도 정치인 출신 경제수장이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많다.

역대 경제부처 관료 중에서 “가계 가처분소득을 올려야 한다”든지 “노동소득을 올려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한 사람은 최경환 부총리가 유일하다. 경제가 성장하면 자연히 소득이 올라간다든지, 대기업·부유층의 투자·소비가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로 이어진다는 기존 기조에서 탈피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인식이 바뀌었으면 그에 맞는 합당한 정책이나 결과물을 내놔야 하는데 실제는 과거에 이미 갔던 길을 답습하고 있다.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자 경제5단체장과 만나서는 한가롭게 골프 약속만 잡고 돌아왔다. 재계에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며 난색을 표하자 최 부총리는 노사 자율 사안이라며 한발 물러선 분위기다.

임금은 노동자와 사용자가 계약에 의해서 시장 방식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인 방법은 최저임금 인상밖에는 없다.

설마 재계에서 임금인상 요구를 환영할 것으로 생각한 건 아니지 않은가. 기업들이 힘들다고 할 게 당연한데도 이 같은 혼란을 초래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최 부총리는 최근 경제 상황을 ‘희망의 빛’(gleams of light)으로 표현했다.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를 더 얼어붙지 않게 하는 차원에서 이해는 가지만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실업률은 3.9%까지 상승하고 소비자물가지수는 0.5%까지 하락했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오던 수출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수입 역시 일반적인 횡보를 이탈하고 있다.

행동할 수 없다면 차라리 침묵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을 잡고 왜곡된 경제구조를 바꾸는 중장기적인 정책으로 기대에 부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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