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국내 건설사가 해외로 진출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국내 건설사는 그동안 우수한 시공능력과 한국인 특유의 성실함으로 세계 각국에서 활약하고, 그 폭을 넓혀 가고 있다.
특히 건설사들은 세계 각국에서 랜드마크 건설에 적극 나서며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이미 수년 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세계 최고층 건축이라는 신화를 썼고, 그 역사는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이 빌딩은 초고층빌딩 공인인증기관인 세계초고층학회(CTBUH)의 고층빌딩 평가기준인 구조물, 사람이 사는 거주층, 건물 지붕, 첨탑 등 4가지 분야 모두에서 ‘최고’를 기록했다. 올 연말 중국 후난성 스카이시티(838m)가 완공되면 이 기록도 깨진다. 하지만 이 신기록도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첨탑 높이를 포함해 1000m가 넘는 킹덤타워를 건설 중이다.
◇인간이 만든 가장 높은 구조물 ‘부르즈칼리파’= 부르즈 칼리파의 건설은 다국적 사업이었다. 장소는 UAE 두바이, 발주사는 이마르(Emaar Properties)였지만 사업설계 단계부터 여러 나라가 참여했다. 건축 설계는 미국 시카고에 본부를 둔 SOM(Skidmore, Owings and Merrill)이 맡았고, 시공 부문에서는 다국적 3개 회사의 컨소시엄이 지난 2004년 12월 수주에 성공했다.
삼성물산이 주도업체로서 공사 전반과 기술을 총괄하고 벨기에의 베식스(Bexis)는 시공을, UAE의 아랍텍(Arabtec)은 현지 조달과 인력 조달의 책임을 맡았다. 감리사는 미국의 터너(Turner)였다.
부르즈 칼리파는 ‘최고, 최대, 최장’ 등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부르즈 칼리파의 높이는 162개층 828m로, 여의도 63빌딩(249m)과 남산(262m)의 3배 이상 높고 서울에서 가장 높은 산인 북한산(836m)과 비슷하다. 연면적 50만㎡에 자체 무게만 54만톤이다. 이는 5톤짜리 아프리카 코키리 10만 마리를 쌓아올린 무게와 맞먹는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인 부르즈 칼리파에 총 36만㎥의 콘크리트가 사용됐다. 축구장 크기 바닥 면적을 가진 빌딩을 17층 높이까지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부르즈 칼리파에 사용된 철근은 지구 반 바퀴 길이인 총 2만5000㎞에 달한다. 커튼월 건물로 유리의 총 넓이는 축구장 17배 넓이인 14만2000㎡다. 공사가 한장일 때 현장에 투입된 인원만 1만2000여명이었다.
공사 장비 역시 최고를 자랑한다. 자재를 들어올리는 타워크레인의 와이어 길이는 세계 최장인 820m에 달하고 인양 속도 역시 초속 220m로 단연 최고 수준이다. 가설 호이스트 역시 415m를 한 번에 이동해 이 부문 최장 기록을 세웠다.
내부 엘리베이터 개수는 총 58개, 엘리베이터 설치 최고 높이는 636m로 첨탑 관리용 엘리베이터다. 부르즈 칼리파 124층에 위치한 전망대 전용 엘리베이터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속 10m, 분당 600m 속도로 지상에서 전망대까지 약 50초면 도달할 수 있다.
◇대한민국 기술력·인력이 일궈낸 ‘쾌거’= 부르즈 칼리파에는 삼성물산이 자체 개발한 80㎫의 초고강도 콘크리트가 투입됐다. 대만 타이페이101 빌딩에 적용했던 콘크리트 수직압송 기술도 힘을 발휘했다. 156층 마지막 콘크리트 압송을 하면서 삼성물산이 한 번에 쏘아올린 거리는 601m에 달했다.
특히 이 공사의 압권은 양중기술이다. 초고층 공사에서는 단일공간에서 많게는 3500~4000명의 작업 인원과 수많은 공사자재, 건설장비들이 물 흐르듯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자재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과 자재를 언제 얼마만큼 투입할 것인가와 어떤 장비를 어떻게 사용할 것이냐는 정확하고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초고층 건물 시공에서 핵심기술인 양중기술이다. 부르즈 칼리파와 페트로나스타워, 타이페이101 빌딩을 건설하면서 축적한 양중기술은 이제 초고층건설의 글로벌 표준이 되고 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삼성물산은 △초고층 관련 양중 및 물류관리 계획 △공기단축을 위한 타워 골조공사 시공계획 △형틀 디자인 디테일 개발 및 적용 △철근 선조립 디테일 개발 및 품질관리 △고강도 콘크리트 배합 및 품질관리 △초고층 건물의 시공 중 거동분석 및 모니터링 △슬래브 균열단면 고려 처짐해석 △타워 모니터링 △첨탑 리프트업 시공 기술 등 다양한 핵심기술을 자체 보유하게 됐다.
삼성물산의 초고층을 향한 열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기존 노하우를 바탕으로 1㎞ 이상의 극초고층 건축물을 세울 수 있는 기술과 공사수행능력을 조기에 확보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아울러 건축물의 구조적 솔루션을 제공해 각 층마다 360도 회전하는 형식의 건축물 등 비정형적 초고층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기술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