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상위 대기업 49곳 중 절반 이상이 올해 상반기 채용계획이 없거나 채용여부나 규모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투명한 경기 전망에 노동시장의 불확실성까지 겹친 탓이다.
고용노동부는 매출액 기준 상위 50대 민간 대기업을 비롯해 지난달 고용부 장관 주재 주요 대기업 인사담당 최고 책임자(CHO) 간담회 때 조사 협조를 당부한 그룹사의 계열사 등 70여곳을 상대로 시행한 상반기 채용계획 조사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이들 70여곳 중 조사에 응한 대기업 49곳 가운데 ‘상반기에 채용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포스코․SK에너지 등 19개사로 전체의 38.8%에 달했다. 또 아직 채용 여부 및 규모를 결정하지 못한 기업도 기아차․SK네트웍스․GS건설 등 9개사(18.4%)나 됐다.
이는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통상임금, 정년연장 등 노동시장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기업이 상반기 신규채용을 아예 포기하거나, 하반기로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채용계획을 아직도 정하지 못한 기업은 사실상 상반기에는 신규채용이 어렵다고 보는 것이 맞다는 게 기업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다만 49곳 중 올해 채용계획을 수립했다고 응답한 21개사의 신입직원 채용인원은 574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들 기업의 지난해 상반기 채용인원 5592명보다 157명(2.8%) 늘어난 규모다.
기업 관계자들은 정부가 무역투자진흥위원회, 경제단체간담회, 30대기업 CHO 간담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청년고용을 늘려줄 것을 요청함에 따라 이를 상반기 채용계획에 반영했다고 응답했다.
경력직 채용은 총 1067명으로, 신입과 경력직 채용을 포함한 전체 채용인원 6816명의 15.6%에 해당한다. 하지만 기업 인사담당자에 따르면 경력직은 주로 수시 채용이 많아 경력직 채용 계획은 유동적이다.
올해 채용규모가 많이 증가한 기업은 현대자동차, LG전자,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으로 각각 210명, 180명, 174명, 109명 늘었다.
정규직으로 전환 가능성이 있는 인턴의 채용 규모는 183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신입채용 인원 5749명의 31.9% 수준으로, 이 중 몇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할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많은 기업이 직무중심의 채용을 시도하는 경향이 뚜렷했으며 전형방법도 채용의 공정성과 지원자의 부담 완화 등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은 실행력·분석력, 건설업은 글로벌 역량·공학적 지식, 유통업은 고객지향·책임감, 항공운수업은 국제적 감각·서비스 마인드 등이 중요한 역량으로 꼽혔다.
채용 분야별로는 연구개발분야의 경우 전공지식·창의성, 마케팅은 마케팅 지식·커뮤니케이션 능력, 국내영업은 고객마인드·시장트렌드 예측, 해외영업은 국내영업에 필요한 능력 및 무역실무·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능력, 생산관리지원은 도전정신·협동심, 경영지원은 회계·재무지식·문제해결능력 등이 강조됐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이번 조사는 3월 중순에 이뤄졌음에도 응답한 기업의 절반 이상이 상반기 채용계획이 없거나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기업의 불안과 청년들의 어려운 취업상황을 무겁게 보여주는 결과로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노동시장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노사정의 대타협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상반기 채용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기업들은 가급적 조기에 채용계획을 수립해 적극적으로 청년 고용에 나서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조사결과는 26일 오전부터 워크넷을 통해 청년들에게 제공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