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각국에 중국발 디플레이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이 자원과 원자재 수입을 급격히 늘리면서 아시아 주변국들은 대중국 수출을 발판 삼아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경기둔화로 대중국 수출 수요가 감소하면서 아시아 국가들도 물가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대로 디플레이션에 돌입하면 사회와 정치도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 정부 업무보고에서 “중국 경제는 ‘뉴노멀’시대에 접어들었다”고 강조했다.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목표는 7%로, 지난해의 7.5%에서 낮아졌다. 이는 2010년까지 계속된 중국 두자릿수 성장 시대의 종언을 의미한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지난해 중국 수입은 전년 대비 0.4% 증가에 그쳐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1월에도 19.9%, 2월도 20.5% 각각 감소하는 등 수입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중부의 팜나무 농장에서 일하는 한 근로자는 “3년 전만 해도 월 소득이 2500링깃이었지만 지금은 1000링깃(약 30만원)까지 떨어졌다”며 “이 일을 10년 넘게 하고 있는데 요새가 제일 힘들다”고 푸념했다.
인근의 한 팜과일 도매업자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장의 주문량이 줄어 보유한 트럭 7대 중 2대를 팔았다”며 “2년 전에는 한 달 팜과일 판매량이 3000t에 달했지만 지난 1월은 600t까지 줄었다”고 말했다.
팜유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주요 수출 품목이다. 그러나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관련 산업이 비상에 걸렸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팜유 대중국 수출은 284만t으로 전년보다 20% 이상 감소했다.
디플레이션 압력은 상품가격 하락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이 실적 악화에 고용과 임금을 줄이면 개인 소비가 위축되면서 소비재 가격도 하락한다. 제조업이 경제를 견인하는 한국이 바로 그런 악순환에 빠지는 갈림길에 섰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홍콩 포함)은 1726억 달러로 전년보다 0.6% 감소했다.
한국의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지난해 8월 처음으로 600만명을 넘어섰으며 전체 노동자의 30% 이상이 비정규직이라는 상황은 소비심리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한국의 지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5%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9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