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와 사이보그 성형 연예인, 그 차이는?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5-03-26 06:31 수정 2015-03-26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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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장’ 스틸컷

“대한민국 연예인 집단은 비정상적인 진화 속도로 동질화되고 있는 획일 군집이다. 가장 개성적이어야 할 이 집단의 구성원들은 하나같이 쌍꺼풀을 가지고 있으며, 입술은 콜라겐 주사를 통해 일정 크기로 도톰해지고 있다. 예순이 다 돼도 그들의 눈가엔 주름이 없다. 보톡스 주사를 맞아 마치 평생 한 번도 웃어본 적이 없는 사람인 양 탱탱한 피부를 유지한다. 로봇 공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대한민국 연예인들은 사이보그다.”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의 ‘생물학적 계급사회’ 라는 글 일부다.

“광적인 보톡스 시술로 발음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아예 작품마다 다른 얼굴로 등장해 동일 배우임을 의심하게 하는 연예인들도 생겨나고 있다.” 오랫동안 연예인을 발굴하며 관리해왔던 박성혜 오보이 프로젝트 대표가 저서 ‘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에서 지적한 부분이다.

격한 공감을 표하고 싶다. 10여 년 넘게 취재현장에서 만났던 연예인,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접했던 연기자, 공연무대에서 보았던 가수에게서 느꼈던 감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재승 교수나 박성혜 대표의 글과 대척점에 서 있는 배우도 있다. 그 중의 한사람이 안성기다. 그가 다시 관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영화 ‘화장’ 때문이다. 김훈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화장’은 제작 전부터 감독, 원작자 때문에 화제가 됐다. 그리고 관객은 기대하고 있다. 주연이 안성기이기에. 안성기에 대해 기대를 하는 것은 그가 그 어떤 캐릭터도 진정성을 부여해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인물로 창조하는 뛰어난 연기력을 보이기 때문이다.

시사회에서 공개된 ‘화장’을 본 전문가와 대중매체 기자, 그리고 일반인의 입에서 탄성이 나온다. “역시 안성기”라고. 잘 나가는 회사중역으로 암으로 죽어가는 아내를 헌신적으로 간호하지만 젊고 화사한 부하 여직원에 흔들리는 캐릭터다. 삶과 죽음, 사랑과 욕망의 문제를 오롯이 추상적 담론이 아닌 구체적 연기로, 그것도 농밀한 내면 연기로 드러내야 하는 캐릭터다. 그는 네온사인 아래서 허우적거리며 걷는 걸음에서 욕망의 고통과 삶의 허무함을, 아내의 장례식장에서 문상 온 여직원에 주는 눈길에서 서글픈 갈망의 흔적을 드러낸다. 안성기 연기의 진정성을 읽어낼 수 있는 대표적인 ‘화장’의 장면들이다.

스크린 너머의 관객들에게 캐릭터에 대한 내적 확신과 감동을 오롯이 전달하는 뛰어난 연기력만으로 안성기가 정재승 교수나 박성혜 대표의 글에 대척점에 섰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연기에 대한 그의 마음가짐과 노력 때문이다. 안성기는 힘주어 말한 적이 있다. “주름을 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주름에서 배우의 깊이를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름 안에도 감정이 분포돼 있어 배우가 연기력을 발휘할 힘이 되곤 한다. 연륜 있는 배우의 주름은 표정을 풍부하게 해 준다.” 관객들은 배우로서의 이런 철저한 자세를 알기에 안성기의 연기에 ‘믿고 보는’ 차원을 넘어 ‘믿고 느끼는’ 수준까지의 신뢰를 보낸다. 이준익 영화감독은 “안성기의 연기는 삶이 우러나고 표정으로 세월이 표현된다”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다양한 삶과 인생을 연기(Acting)로 드러내는 드라마와 영화는 배우의 연기력에 따라 작품의 승패가 갈린다. 그런데도 연기자 중 상당수가 연기력보다는 예쁜, 그리고 잘 생긴 외모로만 승부 하려 한다. 외모 때문에 단행한 과도한 성형으로 연기를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말 본말이 전도됐다. 오죽했으면 정재승 교수가 “사이보그 연예인”이라고 비판했으며 박성혜 대표가 “광적인 보톡스 시술로 발음조차 못하는 연예인들”이라고 지적했을까.

“몸에 칼을 대지 않은(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배우만 캐스팅하겠다!” ‘캐러비안의 해적’의 롭 마샬 감독의 캐스팅 원칙이 뉴욕 포스트 등 미국 언론에 공개돼 눈길을 끈 바 있다. 마샬 감독은 “많은 유명 감독들이 이미 보톡스나 성형 등으로 성형한 여배우들의 캐스팅을 꺼리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허구인 할리우드에서 가장 값진 것은 자연미다”라고 덧붙였다. 만약 마샬 감독의 캐스팅 원칙을 우리에게 적용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안성기, 그의 이름만으로 관객들이 설레고 그의 연기에 전율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주름으로도 인간의 희로애락애오욕의 감정 문양을 진정성 있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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