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왕’ 꿈꾸는 페이스북…올라탈 것이냐 말 것이냐

입력 2015-03-2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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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언론들 “저널리즘 저당잡힌 것” 우려 다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업체 페이스북이 뉴스 유통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3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이 자사를 비롯해 버즈피드,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의 뉴스 및 콘텐츠를 아웃링크(해당 콘텐츠를 보려고 클릭하면 언론사의 원본 문서로 연결되도록 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링크(콘텐츠를 클릭하면 페이스북 내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로 제공하도록 하는 것을 협의 중이며 수 개월 안에 이와 관련한 새로운 형식의 서비스를 테스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슬레이트닷컴)
로딩하는데 평균 8초나 걸리는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보느니 빠르고 더 많은 뉴스를 볼 수 있는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은 당연할 것이란 전망도 했다.

미국 언론들은 지금 호떡집같다.

국내도 시끌시끌해졌다. 다른 게 있다면 이미 국내에선 유사한 과정을 거쳤다는 점. 제조사(언론사)가 아닌 유통사(포털)가 뉴스 시장의 강자인 질서가 인터넷/PC 시대에 정립되었다. 뉴스를 포털에 공급하면 포털이 사용자들에게 보여줄 화면을 직접 편집한다. 어떤 뉴스가 중요해 보이고 안 중요해 보이는지를 의도했든 안 했든 포털이 결정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모바일 시대를 맞아 "그걸 페이스북까지 한다고?"라는 우려가 언론계를 덮친 것이다.

◇ ‘빠르고 정갈한’ 유통 플랫폼 뉴스피드에 입점하느냐 마느냐

페이스북의 뉴스 유통에 대한 얘기는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기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작고한 뉴욕타임스(NYT)의 미디어 전문기자 데이비드 카가 지난해 10월 이미 그 현실화 가능성과 필요성에 대해 썼다. 제목도 의미심장했다. “페이스북은 구명보트를 제공하지만 신문사들은 경계하고 있다(Facebook Offers Life Raft, but Publishers Are Wary)”이다.(http://www.nytimes.com/2014/10/27/business/media/facebook-offers-life-raft-but-publishers-are-wary.html?_r=0)

데이비드 카는 전 세계 인구 3분의 1인 13억명의 사용자를 갖고 있는 페이스북은 한껏 정제된 고품격의 콘텐츠를 보여주는 뉴스피드라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 유통의 강자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카가 지적한 것은 역시 신문사 홈페이지. 종이 신문의 편집과 다를 바 없어 사람들의 관심을 얻지 못할 뿐더러 모바일 웹 역시도 짜증나는 광고 노출이라는 비매력적인 사용자 경험(UX)을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낡은 비즈니스 모델을 새로운 플랫폼과 서비스에 우격다짐으로 밀어넣고 있단 얘기. 반면 페이스북은 괜찮은 콘텐츠에 집중하고 광고를 적절하게 노출하는 법을 안다고 비교했다. 페이스북은 괜찮은 콘텐츠 중 하나로 뉴스를 생각하고 수시로 언론 관계자들을 불러 어떻게 하면 뉴스피드를 통해 뉴스를 더 잘 노출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것들을 설명해 왔다고 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디애틀랜틱)
언론사들도 이를 잘 알고 있지만 망설이는 이유는 “그렇다면 콘텐츠 통제권은 누가 쥐느냐”였다고. 애틀랜틱 미디어 컴퍼니 소유주인 데이비드 브래들리는 “사람들은 신문이 보여주는 뉴스보다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친구나 지인이 큐레이션해주는 뉴스를 점점 더 많이 보고 있는게 사실”이라면서 “페이스북은 신문사들이 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독자들에게 친화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이든, 로딩 시간이든간에”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플랫폼이나 유통회사가 저널리즘에 위협이 될 것을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카는 전했다.

◇ “파우스트식 거래…저널리즘의 미래를 저당 잡히는 꼴” 우려

언론사들의 고민은 금세 여러 기사로 표출되었다.

디 애틀랜틱(The Atlantic)은 역시 페이스북의 뉴스 유통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불가피하다는 분석 기사를 실었다. 제목은 ‘신문왕이고자 하는 페이스북(Facebook as a Press Baron)’이다.

복스(Vox) 사이트 트래픽의 40%가 페이스북의 덕이고, 저스틴 스미스 블룸버그 미디어 최고경영자(CEO)도 "현재 트래픽의 3분의 2는 페이스북을 통하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지만 언론사들의 걱정은 역시 언론사의 독립성 저해 가능성에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2012년 출시된 페이스북의 소셜리더를 이용해 이 앱을 이용한 독자수를 크게 늘렸으나 곧 이들이 거의 없어지는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디애틀랜틱)
디 애틀랜틱은 페이스북이 지난 2011년 9월 내놓은 `소셜 리더` 애플리케이션이 반짝하고 끝났던 것도 지적했다. 이를 이용했던 워싱턴포스트(WP)는 단기간에 몇백만명의 독자를 끌어들였다. 2012년 4월9일 400만명을 찍었던 소설리더를 통한 WP 독자수는 그러나 단 사흘 뒤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슬레이트 닷컴의 웰 오레머스(Will Oremus)는 미국 언론계에서 “이건 단기적인 성과(온라인 및 모바일 독자수 늘이기)를 위해 (저널리즘의)미래를 저당잡히는 꼴” “파우스트 식 거래(돈과 성공, 권력을 바라고 옳지 못한 일을 하기로 동의하는 것)”라는 지적들이 이어진다고 전했다. 일부에선 게임사 징가가 페이스북을 통해 컸다가 망가진 경우를 들어 편집권을 페이스북에 넘기는 걸 자초하는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오레머스는 이걸 방지하려면 언론사들이 힘을 모으는 수밖에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 모바일-SNS 뉴스 소비 증가세..페북 영향력 확대는 시간문제

우리나라 뉴스 소비는 거의 포털을 통해 이뤄졌고 점차 SNS 같은 소셜 미디어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페이스북이 뉴스 유통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면 포털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14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소셜 미디어 뉴스 소비의 비중은 전체의 30%를 넘어 2년 전의 두 배를 넘어섰다. 또한 고정된 PC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뉴스를 소비하는 것에서 점차 모바일 기기를 통한 뉴스 소비, 그 가운데에서도 언론사 뉴스 앱보다는 SNS로 뉴스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퓨리서치센터의 지난해 조사에서도 페이스북을 통한 뉴스 소비가 활발해지고 있음이 나타났다. 조사 대상 미국인의 3분의 2가 페이스북을 이용했고, 이들의 절반은 여기서 뉴스를 본다고 했다. 페이스북에서 보는 뉴스의 73%는 엔터테인먼트 부문이었다. 더 주목되는 것은 페이스북에서 뉴스 소비를 하는 사람의 28%만이 사태가 진행되고 있는 뉴스를 보기 위해 들어오는데, 이의 두 배 되는 사람들은 속보(breaking news)를 보기 위해 페이스북에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면 이미 포털 유통에 휘둘려 저널리즘의 본색마저 잃고 있는 우리 언론은 페이스북에 더 빨리 올라타느냐 마느냐를 두고 고민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국면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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