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험 슈퍼마켓'이 성공하려면

입력 2015-03-2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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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금융시장부 기자

“내년부터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보험상품을 직접 비교해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슈퍼마켓’을 도입하겠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가 야심차게 밝힌 정책이다. 보험 슈퍼마켓이란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가 보험설계사를 거치지 않고 다양한 보험상품을 비교해 가입할 수 있는 사이트다.

보험 슈퍼마켓을 구축해 소비자들이 손쉽게 상품을 비교·검색한 후 링크로 연결된 보험사 사이트나 보험 슈퍼마켓에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금융위의 생각이다.

보험 슈퍼마켓이 모델로 삼은 것은 증권업계의 펀드 슈퍼마켓이다. 펀드 슈퍼마켓은 금융투자협회와 예탁결제원이 메인 펀딩을 하고 각 증권사·금융투자 회사들이 추가 출자해 지난해 4월 공식 출범했다. 출범 이후 펀드 슈퍼마켓은 지난 1월 고객 계좌가 3만개를 돌파하는 등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금융위는 보험 슈퍼마켓도 소비자가 상품 가입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가입도 간편하기 때문에 성공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보험 슈퍼마켓이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형사의 경우는 설계사 기반이 탄탄하고 자체적인 다이렉트보험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보험사들은 굳이 출자를 통해 보험 슈퍼마켓에 참여할 의지가 없는 상태다.

중소형 보험사들은 자회사를 통해 자체적인 보험 슈퍼마켓을 도입하는 것이 실효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미래에셋생명과 라이나생명의 경우는 자회사형 독립대리점(GA)를 통해 ‘보험비교 사이트’를 구축하고 있다. 자회사를 통해 자체 상품과 제휴 보험사들의 상품을 소개하고, 가입하려는 고객들은 소속 텔레마케터(TM)와 설계사들이 대응하는 방식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보험 슈퍼마켓을 출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펀드 슈퍼마켓이 성공했다고 해서 시장의 성격이 엄연히 다른 보험 슈퍼마켓도 성공할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에 앞서 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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