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주주총회를 통한 이사 선임으로 경영진 구성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주총을 통해 선임된 사외이사 명단에 정치권 인사와 관료출신 인물들이 다수 이름을 올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가 제 구실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시중은행들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 제도를 마련, 사추위를 통해 사외이사 후보를 선정한다. 상법상 시중은행은 사추위를 설치해 사외이사의 자격 요건을 세우고, 필요한 자격 등을 따져 공정하고 투명하게 후보를 물색해야 한다. 때문에 외풍에 의해 사외이사가 선임된다는 것은 사추위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이 분석한 지난해 금융회사 사외이사후보 추천 공시를 살펴보면 최고경영자나 임원이 사외이사 후보를 사추위에 제안한 비율이 은행지주회사 54%, 시중은행 52%로 나타났다. 사추위가 전문성 등의 자격 요건을 바탕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없는 퇴행적인 구조다.
금융당국은 이런 상황을 불식시키기 위해 지난해 말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통해 사외이사의 자격기준으로 전문성을 명문화했다. 관료 출신과 정치권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게 사외이사를 선임하라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여전히 시중은행은 정·관피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외이사 제도의 퇴행적인 구조는 최근 시중은행들이 사추위를 통해 선임한 사외이사 면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우리은행이다. 정부 산하의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인 우리은행은 지분의 48.06%를 정부가 보유, 사외이사에 정부와 관계있는 인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홍일화 여성신문 우먼앤피플 상임고문은 한나라당 부대변인 출신이며, 정한기 호서대 초빙교수는 서금회 출신으로 잘 알려졌다. 천혜숙 청주대 교수의 남편은 새누리당 소속 청주시장으로 활동 중이다.
NH농협금융에서도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 최근 신임된 전홍렬 사외이사는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이며, 손상호 사외이사 역시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지낸 경력이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추위 제도를 강화해 경영진과 독립된 사외이사진을 꾸리는 것이 중요하다”라면서 “사외이사 자격요건을 구체화해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