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기자회견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다" 거듭 사죄 [전문 포함]
박태환(26)이 금지약물 투약 논란과 관련해 사과와 용서를 구했다. 박태환은 27일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지 약물 파문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박태환의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야 깨달았습니다. 올림피언으로서 병원을 찾아가고 약물을 처방받는 과정에서 스스로 좀더 체크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점을 깊이 후회합니다.
청문회에서도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부분은 왜 너 같은 선수가 네 몸에 그런 성분이 들어오는 것을 방치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고위성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 대표선수로서 이런 발생된 결과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합니다.
수영장 밖의 세상에 무지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과정이 어찌됐든 저의 불찰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이번 발생된 결과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합니다.
도핑 사실을 알게 된 후 지난 몇 개월은 매일매일이 지옥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이 컸던 게 사실입니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그 병원을 가지 않았더라면, 주사를 놓지 못하게 했다면,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후회하고 자책했습니다.
수영 하나만 알고 수영 하나로 사랑받아온 제가 수영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제가 얼마나 부족한 선수인지 인간적으로도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그럼에도 얼마나 과분한 사랑을 받았는지 생각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저 혼자만의 능력이 아닌 국민들의 응원으로 여기까지 왔음을 압니다. 잘할 때나 못할 때나 한결같이 믿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들께심려를 끼치고 실망을 안겨드린 점 거듭 사죄드립니다.
고통을 나눠쥔 채 자식이 행여 마음을 다칠까 제 앞에서는 대놓고 울지도 못하는 가족과 애써 괜찮다고 잘될 거라고 말씀해 주시는 수영연맹에도 그저 죄스러운 마음뿐입니다.
많은 팬분들과 미디어 여러분께 진지하게 사죄드리고 모든 것을 털어놓지 못한 점도 죄송합니다.
어떤 비난도, 질책도 달게 받겠습니다. 깊이 자숙하며 반성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내년 3월 2일 징계가 끝난 후에도 반성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피나에서는 올림픽의 가능성을 열어주었지만 솔직히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2004년 15살 태극마크를 처음 단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약물에 의존하거나 훈련 이외의 다른 방법은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가까운 분들은 지난 10년간의 모든 영광들이 물거품이 되고 모든 노력들이 약쟁이로... 치부되는 것에 대해 억울하지 않냐고 이야기합니다.
보란 듯이 재기하라는 말씀도 해 주십니다. 또 어떤 분들은 도핑에 걸린 선수가 따오는 메달이 더 이상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말씀도 하십니다.
모든 말씀을 깊이 새겨듣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제가 평생 스스로 감당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로서 좋은 마무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제가 지금 여기서 미래를 말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후 일정은 수영연맹 및 가족들과 충분히 논의의 시간을 갖고 결정하겠습니다. 5살 때 처음 수영을 시작한 후 단 한 번도 수영이 없는 삶을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도 있었고 가장 가슴 아픈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모두가 수영을 하면서였습니다. 수영선수로 사는 것이 힘들어도 가장 행복했습니다.
수영선수로서 자격을 상실하는 18개월은 제게 아마도 가장 힘든 시간이 될 것입니다.
수영선수로서 당연히 누려온 모든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제가 가졌던 것들의 소중함을 알고 감사하고 봉사하는 시간들로 채워가겠습니다.
올림픽이나 메달이 목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고 외로운 순간에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신 분들께도 또 한 번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대한수영연맹 회장님과 전무님 그리고 김지영 대한체육회 국제연쟁을 비롯한 관계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함께 사력을 다해 메달을 따냈던 선관이와 규철이, 기웅이, 준혁이, 정수, 기흥이, 선겸이 등 후배 선수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제 이름을 딴 박태환수영장을 만들어주시고 또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신 인천시청 관계자분들께도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국민 여러분들과 팬 여러분들께도 평생 갚지 못할 큰 빚을 졌습니다.
수영선수 박태환에게 주신 사랑과 믿음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다시 한 번 고개숙여 깊이 사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