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의 개혁안은 신규 공무원은 국민연금 형태로, 재직자는 연금 보험료율(기여율)을 올리고 지급률을 낮추는 내용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월급 중 보험료로 내는 비율인 기여율은 재직자, 신규 공무원에 차이를 두지 않고 현재보다 같거나 조금 더 내게 하고 있다. 퇴직 후 받는 연금액 비율인 지급률은 현재 수준보다 낮게 잡았다.
공무원단체는 연금의 소득대체율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돈을 조금 더 내는 방식이다.
그나마도 새정치연합과 공무원단체는 각각 25일, 27일에서야 자체안을 내놨다. 대타협기구는 지난 1월 출범했지만, 비슷한 문제로 싸우면서 시간을 끌어왔다. 이제 와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야당이나 공무원단체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새정치연합은 공무원 눈치를 보고, 공무원단체는 최대한 시간을 벌면서 손해를 덜 보려는 심산이 분명하다.
특히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29일 취임 50일 기자간담회에서 “공무원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제대로 확보해 나가는 데서 그치지 않겠다”며 “공무원 연금개혁이 끝나면 국민연금도 소득대체율을 조정, 노후소득 보장 기능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단체를 설득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싣는 발언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애초 기대했던 공무원연금 개혁은 이룰 수 없을지 모른다.
일각에선 공무원연금이 일반기업에 비해 보수가 적은 이들에 대한 보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과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혜택이 크고, 공무원이 재직 시 누리는 각종 복지와 권한도 결코 작지 않다. 연금을 손보더라도 공무원이란 직업은 여전히 메리트가 크다.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2003년 18만명에서 10여년 만에 37만여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앞으로 20여년이 지나면 연금수급자 수는 90만명을 넘어서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불어나는 혈세 부담 규모 또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정부 보전금이 도입된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4조7000억원이 투입됐고, 향후 10년간 누적 금액으로 약 55조원을 일반재정에서 충당해야 한다고 한다. 이처럼 공무원연금 개혁은 버틴다고 해결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시간이 없다. 법 개정이 하루 늦어질 때마다 이자만 30억원씩 나간다니 기가 막힌다. 실무기구가 가동되면 조속히 합의해 4월 임시국회 회기 중에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합의가 어렵다면 새누리당이 결단을 내리는 게 맞다. 안 되면 밀어붙이는 방법도 생각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