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삶, 새 출발 그리고 새 명함] 신중년이여, 명함에 미래를 담아라!

입력 2015-03-3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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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 코디네이터 유장휴가 말하는 신중년 성장 길잡이

※명함을 받는다는 것. 그리고 명함을 누군가에게 준다는 것. 그 행위야말로 사람 관계의 시작이고 사회생활의 기본이다. 또한 명함은 그 주인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드러내 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이처럼 명함은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삶에서 나를 표현해주는 매개체로서 우직하게 존재해왔다. 누구의 명함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과 역사가 보이기도 하고, 명함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의 깊이가 보이기도 한다. 네모 반듯한 명함 안에는 우리의 삶이 고스란히 간직돼 있다. 그 자그마한 종이 한 장에.

명함은 개인의 역사다. 현재의 내가 있기까지 거쳐 간 수많은 명함들은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거울과 같다. 그만큼 명함에는 개인의 무수한 애환과 우여곡절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도 명함은 늘 미래를 지향했다. 첫 만남의 설렘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약속의 징표이기 때문이다.

또한 명함은 자존심이다. 세월과 경험이 축적되면서 명함에 실리는 무게감도 더해지기 마련이다. 무게감과 책임감이 더해진, 그리고 더 묵직해진 명함을 받는 것. 그것은 현실의 고달픔도 잊게 해주는 일종의 마약이자 삶의 낙이었다. 하지만 그런 명함을 잃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자존심의 상실과 일맥상통하다.

퇴직 또는 은퇴 후 이런 경험을 겪은 신중년은 의외로 많다. 퇴직 후 직책과 소속이 없어진 명함 때문에 자괴감에 생채기가 난 경험 말이다. 또는 사용할 명함이 사라져 누군가를 만나는 것 자체를 꺼렸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제는 내려놓고 온전히 자신에 투자하면서 살고 싶을 때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람을 만날 일은 무궁무진하다. 그때도 옛 명함을 만지작거리며 쭈뼛쭈뼛 서 있을 것인가? 안 그래도 된다. 전략명함 코디네이터 AG브릿지의 유장휴(35) 대표와 새로운 명함에 미래를 담아 좀 더 생산적인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을 짜보자.

◇ 명함을 거울 삼자

퇴직, 은퇴 후 신중년의 가장 큰 고민은 명함에 넣을 직책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신중년은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일이나 직업에서 찾았기 때문에 이것을 상실할 때 자신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유 대표는 명함에 직책이 없어 주눅이 들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신중년의 명함에 “직책이 아닌, 자신의 역할과 가치 그리고 미래를 담으라”고 얘기한다.

실제로 이렇게 은퇴 후 자신의 미래 청사진을 명함에 담아서 다니는 신중년도 늘고 있다. 예컨대 손자들이 자립을 잘할 수 있도록 이름 앞에 ‘손자 서포터’라는 역할을 넣는다든지, 신중년이 더욱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는 꿈을 담은 ‘시니어 활동 응원가’, 주부라서 항상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내는 일을 하고 싶다면 ‘밥상 코디네이터’도 좋다. 유 대표는 자기 PR의 시대와 맞물려 자신의 퇴직에 좌절하지 않고, 미래를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신중년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일이라고 평가한다.

“많은 사람들은 명함에 완벽히 정해진 직책이나 정보가 담겨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신중년의 자신감을 잃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많은 신중년이 직업의 일선에서 물러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죠. 직책을 담으려고 하면 부담감만 커질 뿐입니다.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담는다면 부담감은 줄게 됩니다. 상대방에게 명함을 주는 행위를 함으로써 그 명함에 명시한 역할과 미래를 닮아가기 위한 책임감을 스스로 가지게 됩니다. 일종의 동기 부여가 되는 셈이죠.”

글로벌 섬유 회사 고어(Gore)는 직원들의 명함에 직책을 넣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유는 직책에 주어진 역할만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역할에 한계를 둔다는 뜻이다. 명함은 이와 같다. 명함에 어떤 얼굴, 어떤 역할을 넣느냐에 따라 자신의 미래도 충분히 바뀔 여지가 있다.

▲전략명함 코디네이터 AG브릿지 유장휴(35) 대표

◇ 3W를 고민하라!

“무턱대고 고민 없이 명함을 찍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먼저 자신이 하고 싶은 일(Want)과 잘하는 일(Well), 그리고 좋아하는 일(Wish)을 고민해보고 이 세 가지가 모두 맞물릴 때 좋은 명함이 나오게 됩니다. 이제는 사회가 원하는 명함이 아닌 진정 나를 위한 명함을 만들 때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고민이야말로 진짜 내 인생을 만드는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신중년의 알 수 없는 상실감은 사라진 목표와 그것을 추진해야만 하는 동기 부여가 없는 것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실감은 목표를 다시금 설정해, 그것을 이뤄내야만 하는 동기 부여를 해줌으로써 해소할 수 있다. 그 역할 또한 명함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유 대표의 설명이다.

그러나 자신의 3W를 찾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바쁜 일상에 쫓겨 자신을 꿰뚫

어 볼 시간이 적었던 탓이다. 그래서 유 대표는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사소한 일상을 먼저 돌아보라고 조언한다. 혹은 자신의 내면을 먼저 통찰하라고 덧붙였다. 목표 설정에 있어 큰 그림을 그리고 원대해지면 그것을 실현할 수 없어지거나 뜬구름만 잡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을 경청하는 것, 응원하는 것 등 사소한 것에서 자신의 강점을 찾아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좋다고 유 대표는 강조한다.

“이제부터 만드는 명함은 목표를 달성하는 재미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자신이 놀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생각하고 고민하시면 더 좋은 자신만의 미래 명함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 뺄 것은 빼고, 스토리를 담아라

유 대표는 좋은 미래 명함을 만들기 위해 3가지를 조언했다. 첫 번째는 명함의 본질에 맞게 목적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적이 없는 명함은 속된 말로 ‘찌라시’라는 것이 유 대표의 생각이다. 아직 현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비즈니스를 위해 명함을 사용한다면 간결해야 하고, 친목을 위한 것이라면 명함에 스토리를 풀어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강조한 것은 명함에 많은 것을 담지 말라는 것이다. 명함에 필요 없는 자격증이나 이력들을 넣는 경우가 있는데 미래 명함에는 과감하게 쳐내라는 것이다. 유 대표는 미래 명함의 생명은 “양보다는 질”이라고 표현한다. 뺄 것은 최대한 빼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내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과 이름이면 충분해요. 거기에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브랜드와 연락처 SNS 정도만 담으면 훌륭합니다.”

세 번째로 설명한 것은 뒷면에 대한 것이다. 그는 명함의 뒷장에는 스토리를 넣으라고 말한다.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넣거나 키워드를 넣어보세요. 또는 버킷리스트나 이뤄 내야 할 미션을 넣으셔도 됩니다. ‘내가 앞으로 이런 것들을 할 것이니 지켜 봐 달라’는 뜻이죠. 아마 남들이 여러분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입니다. 여러분 개인의 캐릭터도 뚜렷해질 테니 말입니다. 뚜렷해진 캐릭터, 그게 곧 당신의 본 모습입니다.”

▲ 명함에 직책을 넣는 대신 자신이 닮아가고자 하는 미래 모습을 담은 명함.

명함은 자존심이다. 세월과 경험이 축적되면서 명함에 실리는 무게감도 더해지기 마련이다. 무게감과 책임감이 더해진, 그리고 더 묵직해진 명함을 받는 것. 그것은 현실의 고달픔도 잊게 해주는 일종의 마약이자 삶의 낙이었다.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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