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인줄 알았더니 간에 고름이?

입력 2015-03-3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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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담도계 질환 증가로 화농성 간농양 5년 새 34% 늘어

김선호(54·가명)씨는 5년 전 당뇨 진단을 받았지만 특별한 치료 없이 지냈다. 1주일 전부터 몸이 춥고 떨리는 몸살 증상이 생겨 해열진통제를 복용했다. 시간이 지나자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를 방문했다. 컴퓨터 단층촬영(CT) 결과 화농성 간농양이었다. 간에 농양이 있다는 말에 수술을 받아야 하나 걱정을 했던 김 씨는 피부를 통해 고름을 빼내고, 항생제 치료 후 3주 만에 퇴원했다.

화농성 간농양과 아메바성 간농양

간은 소화기 장기이기는 하나 깨끗한 장기로 여겨진다. 음식물이 지나가는 장기도 아니고, 다른 균주가 들어오더라도 간의 강력한 면역작용으로 이를 제거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간농양은 감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세균인 ‘화농성 간농양’과 감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아메바’라는 기생충인 ‘아메바성 간농양’으로 나뉜다. 위생 상태가 좋아지면서 아메바성 농양은 거의 사라졌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간농양의 대부분은 화농성 간농양이다.

화농성 간농양 환자 꾸준히 증가 추세

김 씨의 사례처럼 당뇨병 관리를 소홀히 하고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담즙이 흐르는 담도를 종양이나 담석 등이 막고 있는 경우 등 세균에 의해 간에 감염이 발생 할 수 있고, 감염이 발생한 자리에 고름이 생긴 것이 화농성 간농양이다.

최근 들어 화농성 간농양으로 진단받는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신현필 교수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화농성 간농양 환자 수는 2009년 4844명에서 2013년 6485명으로 약 34%가 증가했다.

화농성 간농양은 다양한 연령대에서 발생하나 60세 전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그중 절반 이상의 환자가 당뇨병이나 담도계의 질환을 가지고 있다.

신현필 교수는 “최근 화농성 간농양 환자가 증가하는 원인도 당뇨병의 증가, 인구의 고령화, 담도계 질환을 포함한 악성 질환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몸살 증상과 유사해 조기치료 놓치는 경우 많아

간에 고름이 생긴다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초기 증상은 발열과 오한, 피로 등 몸살과 비슷하다. 간에 농양이 생겼음에도 모든 환자가 처음부터 복통을 호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병이 진행됨에 따라 손으로 배를 눌러보았을 때 통증을 느끼게 되지만 이를 환자 스스로가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는 혈액검사와 초음파, 컴퓨터 단층촬영(CT) 등의 영상검사를 통해 진단하게 된다.

치료 늦어지면 늑막염과 폐렴 올 수 있어

환자의 상태와 병의 경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농양의 크기가 작은 경우에는 항생제만으로 치료가 된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 피부를 통해 튜브를 넣어 농양을 빼내면서 항생제를 사용하게 된다. 치료가 늦어지거나 늦게 발견되면 늑막에 염증이 발생하거나 폐렴 등의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다.

간농양은 과거에는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었고,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현재는 항생제 사용과 피부를 통한 배액술 등의 치료 방법으로 좋은 치료결과를 보이고 있다. 다만, 환자의 상태에 따라 4~6주간의 치료가 필요하다.

신현필 교수는 “화농성 간농양의 경우 원인이 불명확해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 며 “간담도 질환이나 당뇨가 있는 사람 중에 발열과 오한, 복통 등이 수일 동안 지속된다면 화농성 간농양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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