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그간 소송 살펴보니… ‘세탁기’부터 ‘OLED’까지

입력 2015-03-31 14:56 수정 2015-03-3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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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LG가 진행 중인 법적 분쟁을 모두 끝내기로 합의했다. 한국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국내 최대 그룹인 만큼,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 낭비를 막고 제품과 서비스 향상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과 LG는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부터 세탁기 파손까지 그동안 경쟁 사업 분야에서 크고 작은 소송을 벌여 왔다. 최근에는 세탁기 고의 파손과 관련 LG전자 사업부 사장이 법원에 기소되는 등 삼성과 LG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삼성전자-LG전자, ‘세탁기 고의 파손’ 법적 분쟁= 삼성과 LG 간 갈등은 세탁기 고의 파손 논란에서 최절정에 달했다. 삼성과 LG 세탁기 사건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 시내 ‘자툰 슈티글리츠’와 ‘자툰 유로파센터’ 두 곳의 매장에 진열됐던 자사의 세탁기를 LG전자 임원이 파손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삼성전자는 조성진 LG전자 H&A 사업본부장(사장) 등이 독일 베를린에 있는 가전매장 두 곳에서 삼성전자 크리스털블루 세탁기 3대의 도어 연결부(힌지)를 부순 혐의(재물손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출장 중 타사 세탁기 테스트는 당연한 일”이라며 “고의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10월 조 사장과 임원에 대한 소환 통보 및 삼성전자 임직원을 조사하고, LG전자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명예훼손·증거위조’ 혐의로 맞고소했다.

혐의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는 조 사장은 올해 1월 CES 일정 이후에는 언제라도 출석하겠다며 검찰 조사 일정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CES에 다녀온 후 조 사장은 검찰조사를 받았고, 검찰은 매장 CCTV와 삼성전자가 독일에서 공수해 제출한 세탁기 실물을 분석한 결과 세탁기 파손에 고의성이 있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LG전자가 낸 해명성 보도자료에 허위사실이 담겼다고 보고 조 사장과 전 전무에게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또 검찰은 LG전자가 삼성전자 임직원들을 증거위조·은닉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LG전자는 지난달 16일 “조성진 사장과 회사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며 현장 폐쇄회로(CC)TV를 전격 공개했다. 8분 45초 분량의 해당 동영상은 지난해 9월 열린 IFA에 참석하기 위해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조 사장 일행이 시내의 한 양판점에서 삼성전자의 크리스털블루 세탁기, 냉장고 등을 둘러보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LG전자 측은 조 사장 일행의 현장 모습과 함께 자체 실험 결과를 통해 세탁기 파손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LG전자의 같은 날 “오늘 LG전자가 공개한 조성진 사장의 동영상은 자의적으로 편집된 것이어서 삼성전자가 확보하고 있는 전체 동영상을 공개하고 언론이 직접 판단하도록 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했지만 고심 끝에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법원에 의해 진실이 가려지기를 기다리기는 것이 옳다고 판단에서다.

다만 삼성전자는 LG전자가 동영상을 통해 주장한 내용 가운데 명백히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대목에 대해서는 반박 입장을 내놨다.

조 사장 측은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관할위반신청서를 제출했다. 관할위반신청은 해당 법원에 관할권이 없음을 확인해 달라고 신청하는 절차다. 즉, 세탁기 파손 장소가 한국이 아닌 독일이고, 피고인들의 주소지가 서울중앙지법 관할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틀 뒤인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삼성세탁기 고의 파손 혐의로 기소된 조 사장의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됐고 이날 검찰은 재판부에 조 사장의 사건 관할지가 서울중앙지법에 있음을 강조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제출했다. 이후 27일로 예정됐던 2차 공판준비기일은 조 사장 측이 ‘기일변경신청’을 하면서 다음 달로 미뤄졌다.

◇삼성-LG디스플레이, ‘OLED’ 기술 유출 공방=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OLED 기술 유출을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양측 OLED 기술 유출과 관련해 두 번째 법정 다툼을 앞두고 있다.

수원지검 특수부는 지난달 13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 사장 윤모씨와 함께 윤씨로부터 영업비밀을 넘겨받은 노모씨 등 삼성디스플레이 임작원 4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윤씨는 2010년 3~4차례에 걸쳐 자신의 회사를 방문한 노씨 등에게 LG디스플레이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OLED 관련 기술을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는 15일 입장자료를 배포하며 “검찰의 수사 결과 밝혀진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들에 의한 불법적이고 조직적인 대형 OLED 기술탈취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삼성은 기술유출 수사 의뢰, 기술 불법 취득, 특허 소송 등 사업 외적인 수단을 통한 경쟁사 흠집내기에 힘을 쏟는 행태를 중지하고 선의의 경쟁에 나서 줄 것을 간곡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자사 임직원을 재판에 넘긴 검찰에 유감의 뜻을 나타내며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에 대해서도 음해나 모함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또 삼성디스플레이는 오히려 LG디스플레이 임원이 최근 기술유출 혐의에 대해 벌금형을 받은 사실을 상기시키며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가 ‘적반하장식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우리는 2007년 세계 최초로 OLED를 양산한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면서 “최근 OLED 기술을 부정취득한 LG디스플레이 담당임원이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기술이 외부로 유출될까 걱정을 하지 남의 기술을 쳐다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2년 5월 삼성의 OLED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LG디스플레이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등이 기소되자 삼성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최근 수원지법은 기술 유출 혐의로 기소된 삼성디스플레이 전 연구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LG디스플레이 임원과 협력업체 직원 등 3명에게 벌금형을 내렸다. 함께 기소된 11명 중 나머지 7명과 LG디스플레이 법인 및 협력업체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삼성-LG 오래된 갈등의 골= 삼성과 LG는 글로벌 전자ㆍ가전업계 1, 2위다.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양사는 중요 이슈에서 설전을 벌이며 신경전을 벌여왔다.

2011년에는 ‘3D TV’와 관련해 기술 논쟁을 벌였고, 이듬해에는 ‘냉장고 용량’을 놓고, 2013년에는 ‘에어컨 점유율 1위’라는 표현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다행이 이들 사건은 원만하게 해결됐다.

지난해에는 2009년 삼성전자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연구개발(R&D) 평가에 제출한 자료를 LG전자가 빼돌린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삼성과 LG 간 신경전은 당연한 것”이라며 “하지만 도를 넘어선 흠집내기 법적 공방은 양사에 득이 될 게 없는 만큼 이번 삼성과 LG의 모든 법적 분쟁 종결 합의는 현명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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