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연봉공개] 등기임원 보수 공개 2년째… ‘책임경영’은 후퇴

입력 2015-04-01 11:00 수정 2015-04-0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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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그룹 상장법인의 등기임원 연봉공개가 2년째 진행됐다. 올해엔 지난해와 달리 총수 일가 대부분이 연봉공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전문경영인(CEO)의 보수가 상대적으로 주목받았다. 앞서 최태원 SK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은 지난해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일각에서는 등기임원 연봉 공개의 취지인 ‘책임경영’, ‘투명경영’이 2년이 채 안되 퇴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12월 결산법인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봉킹’은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 사장이 차지했다. ‘샐러리맨’이 오너 일가보다 연봉을 더 많이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사 10곳 중 1.5곳 오너 보수 공개 안해= 등기임원 연봉 공개가 직장인들에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고,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자, 이를 의식한 오너 일가의 등기임원직 사퇴가 이어졌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239개 주요 그룹사 중 15.5%인 37개 그룹의 오너 일가가 보수 공개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기임원 연봉 공개가 법률로 의무화된 2013년 11월 이후 11개 그룹사에서 오너 일가 구성원이 등기임원직에서 사임했다.

이들 오너의 퇴진은 연봉 순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해 연봉킹을 차지했던 최태원 SK 회장(301억원)과 4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131억원), 8위 담철곤 오리온 회장(53억원) 등이 연봉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보수 공개 의무 대상자에서 빠져나오려는 그룹 총수급 오너는 더 늘어날 수 있다”며 “대주주 및 오너 일가가 상장사 임원 등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면 등기 여부에 상관없이 보수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샐러리맨 신화’=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해 급여 17억2800만원, 상여 37억3200만원, 기타 근로소득 91억1300만원 등 총 145억72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신 사장의 연봉은 2013년 62억1300만원보다 134.5% 늘었다. 이는 2013년도 상여금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은 매년 초에 전년도 성과에 따른 상여금을 지급한다.

2위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 57억2000만원, 현대모비스 42억9000만원, 현대제철 20억7000만원 등 총 120억8000만원의 연봉을 수령했다. 정 회장은 2012년에 140억여원의 연봉을 받았다. 다만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9년 만에 등기임원직을 사임한 현대제철로부터 퇴직금 94억9000만원을 수령해 보수총액(215억7000만원) 기준으로는 가장 많은 액수를 수령했다. 정 회장에 이은 3위는 지난해 93억8800만원을 받은 권오현 삼성전자 DS(부품)부문 부회장이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첫 등장, 서경배 회장 133% 껑충= 이번 연봉공개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삼성전자 CEO 3인방과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등이다.

삼성전자 CEO 3인방(권오현·윤부근·신종균)은 지난해 연봉 순위 6위권 안에 모두 들었다. 이석우 공동대표는 지난해 연봉은 급여 1억8000만원, 상여 6500만원으로 5억원 미만이었으나 40억원의 스톡옵션 행사에 연봉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서경배 회장은 지난해 눈부신 경영 실적에 힘입어 133%의 연봉 상승률을 기록했다.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의 전방위적인 조사를 받고 있는 포스코의 정 전 회장은 퇴직금 32억원을 포함해 지난해 약 40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삼성 오너 가운데 유일한 등기이사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지난해 26억여원의 연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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