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납품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일광공영 이규태(64) 회장이 방위사업청 기밀을 손 쉽게 들여다 보고, 가격 결정까지 주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에 따르면 이 회장은 EWTS 획득 방법이 국내 연구·개발에서 터키 하벨산 사로부터 구매로 바뀌기 2개월 전인 2007년 9월 이런 계획 변경과 예산 규모 정보를 입수했다.
이 회장은 그 무렵 EWTS 예산을 5120만 달러로 책정했던 하벨산 관계자에게 방위사업청 비용분석과에서 입수한 9천971만∼1억2921만 달러 상당의 EWTS 사업 예산 계산식을 제시하면서 자료 조작을 제안하고 동의까지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장은 또 하벨산 측에 제안한 문건에서 가격 자료를 '교묘하게 조작하라'(manipulating)고 요청했다.
실제로 그는 2008년 6월 하벨산 관계자들에게 방위사업청 내부 예산 자료와 견적서를 보여주며 최종 공급 대금이 1억3천500만 달러 상당에 결정되도록 해줄 테니 공급 예정대금으로 1억4천200만 달러를 제시하되 완벽한 비용자료를 만들라고 하는 등 가격도 주물렀다.
이 회장과 함께 구속기소된 권모(60) 전 방위사업청 EWTS 사업담당 부장(준장)은 2007년 7월 31일 전역 후 이튿날 SK C&C에 취업해 상무 직급을 받고 EWTS 사업을 담당했다.
권 전 상무가 취업하는 과정은 공직자 취업규칙 제한 위반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합수단 조사 결과 확인됐지만 군 기밀을 다루는 고위 장성에 대한 허술한 관리 시스템은 계속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한편 합수단은 최근 컨테이너에서 압수한 1t 분량의 일광공영 자료 중 상당수가 EWTS 사례처럼 군 당국 내부에서 흘러나온 자료인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