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에 대해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그의 ‘국부론’(國富論)에서 물은 사용가치가 높지만 희소성(scarcity)이 없어 교환가치가 낮은 반면 다이아몬드는 사용가치가 낮더라도 희소성이 있어 교환가치가 높다고 이를 규명했다.
그러면 고대 중국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이 있었을까? 만약 있었다면 이를 어떻게 이해했을까? 춘추전국시대 가장 뛰어난 치국(治國)의 능력을 보여준 관중(管仲)이 쓴 ‘관자(管子)’ 제35편 치미편(侈靡篇)을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 불가결한) 곡식을 가벼이 여기는 반면 쓸모없는 주옥(珠玉) 따위를 귀하게 여기는 것은 모두 사람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따라서 곡식을 가벼이 여기는 반면 주옥을 귀하게 여기고, (실생활에 별 쓸모가 없는) 예악(禮樂)을 좋아하는 반면 (먹고사는 데 필요한) 사업(事業)을 천하게 여기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근본이란 측면에서는 잘못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本之殆也]. 그러나 구슬[珠]이란 것은 불을 이기고, 옥(玉)이란 것은 물을 이기는 신령스러운 (희귀한) 것들입니다. 따라서 천자는 (이 희귀한) 주옥을 소장하려 하는 것이고, 제후(諸侯)는 (조금 덜 희귀한) 금석(金石)을 소장하려 하고, 사대부(士大夫)는 말과 소를 기르는 반면, 일반 백성들은 (가장 값이 싼) 곡식이나 포목을 가지려는 것입니다. 만일 그렇지 않고, 힘센 자나 지혜로운 자들이 값싼 것을 비싸게, 비싼 것들을 값이 싸게 만드는 등 (가격체계를 인위적으로)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러면 홀아비나 과부, 독신자나 노인 같은 저소득 계층은 (먹고 입고 살아갈 생필품들을) 얻지 못해 죽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어찌 보면 불합리하게 보이는 가격체계라는 것이) 분배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그 시발점인 것입니다[均之始也].’
놀라운 통찰력이 아닐 수 없다. ‘희소성의 원칙’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 이러한 희소성의 원칙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구조로 오히려 일반 백성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생필품을 소비하게 되니, 가격체계야말로 분배적 정의(justice)를 달성하는 첫걸음이라는 지적이다. 이 논의가 전개되는 ‘관자’의 편명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치미(侈靡)’이다. ‘치(侈)’는 ‘사치(奢侈)하다’의 의미이고, ‘미(靡)’ 또한 ‘많이 소비하다’의 뜻이다. 즉, 관중은 경기부양의 조건으로 ‘치미’, 즉 소비를 강조한 것이다. 이 편의 다른 부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오늘날 땅은 귀한 반면 인구는 늘어, 생활이 피폐해지고 먹고 살 것이 부족합니다. 사업이 일어나지 않아 경기도 살아나지 않으니, 일반 백성들은 허울뿐이고 상류층만 잘 먹고 잘 삽니다. …(이에 제(齊) 환공(桓公)이 묻기를) “경기를 일으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興時化若何]?” 이에 대답하길, “소비[侈靡]보다 더 좋은 것이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면 경기진작의 필요 요건인 소비는 누구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것일까? 아래의 글을 계속 읽어 보자.
‘부유한 사람들이 소비를 하면 가난한 사람들은 일자리를 얻게 됩니다[富者靡之 貧者爲之]. 이것이 백성의 편안한 삶이고, 생업을 진작해 먹고살게 하는 것이니, 이것은 백성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장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즉, 요약하자면 고소득층의 지갑을 열게 하는 데서 경기를 진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