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혜자, 대체할 수 없는 연기력의 원천은? [이꽃들의 36.5℃]

입력 2015-04-06 06:30 수정 2015-04-06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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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사진=KBS 2TV 방송화면 캡처)

그녀의 웃음 끝에 눈물이 피고, 서릿발 같은 대사에 따스함이 베었다. 때로는 의뭉스러운 표정 속에 후련한 유쾌함마저 이어진다. 그 이름, 국민 배우 김혜자다.

최근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그녀가 연기하는 인물 강순옥은 남편 철희(이순재)가 사랑한 여자 장모란(장미희)과 맞닥뜨린다. 오히려 순옥은 모란을 곁에 두고, 미묘한 애증의 감정으로 관계를 펼친다.

김혜자는 희노애락의 감정을 선보이는 가운데, 결코 진부하지 않은 그녀만의 표정과 분위기로 압도한다. 2일 방송된 ‘착하지 않은 여자들’ 12회 말미에서도 가감 없이 드러났다. 사고로 수십년 전 세상을 떠난 줄로만 알던 철희와 갑작스레 재회하는 순옥이다.

귀신이라도 나타난 듯 충격에 빠진 순옥은 결국 철희에게 소금을 뿌려댔다. 남편과 빼닮은 사람을 갑작스럽게 마주친 데에 대한 놀람, 정말 남편일지도 모른다는 직감, 바람을 핀 그에게 품어왔던 분노가 고스란히 김혜자의 변화하는 표정 안에 담겼다.

배신에 대한 분노, 사랑, 그리움 등 그 모든 북받쳤던 감정을 뒤로 하고, 세상을 떠난 남편에 묻고 또 묻어온 순옥이었다. 그리고 미망인으로서 고독한 세월 속에 꿋꿋하게 자식들을 키워온 한명의 어머니 순옥이었다.

그런데 이를 뒤집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그녀는 “잡귀야 물려가라”라고 격앙돼 소리치며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린다. 이는 그간 자신의 세월과 감정을 지키기 위한 항변이었다.

그 순간 김혜자가 표현한 순옥은 오롯이 드라마 타이틀이자 주제에 걸맞은 ‘착하지 않은 여자(들)’였다. 어머니지만, 여자인 순옥은 한 인간으로서 포장하지 않은 본연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 날것의 감정으로 무장한 김혜자의 연기는 2분여의 짤막한 신에서 짙은 밑바닥의 감정을 훑어냈다.

세상에 없는 남편, 그의 전 애인과 지지고 볶는 관계를 이어온 순옥이다. 해당 장면을 통해 중반으로 치달은 작품은 반전의 계기를 맞을 전망이다. 그만큼 입체적 변화를 끌어낼 중요한 신에서 김혜자는 차곡차곡 쌓아온 극중 관계와 갈등의 전말을 완성도 높은 연기로 터뜨렸다.

“그래서 선생님이시구나. 돈 주고 사서 배울 수도 없는 선생님의 연기에요.” ‘착하지 않은 연자들’ 제작발표회에서 채시라가 말했다. 1963년 KBS 탤런트 1기로 데뷔해 연기 인생 50년을 넘긴 김혜자는 국민 배우로 불리 운다. 그녀는 빛나는 이력을 넘어선 끊임없이 갈고 닦는 자세로 연기에 임해왔기에 그 수식어를 얻고 지켰다. 후배 연기자 채시라, 도지원, 이하나 등은 김혜자의 치열한 대본 연구를 언급하며 놀라움을 드러낸 바 있다.

도전 정신도 그녀의 연기 호평을 이끈 원인이다. 김혜자는 지난해 6년 만에 연극 무대에 도전해 1인 11역을 연기했다. 김혜자는 이번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연극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눈을 돌린 것 같다. 내가 연기를 하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중요해졌다”며 “연극을 하면서 ‘과연 내 역할이 배우로서 무엇일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연극 출연이 끼친 영향을 언급했다.

‘오스카 신에게 보낸 편지’의 함영준 연출가는 “김혜자 선생님이 처음에 연습에 임할 때는 굉장히 약하셨다. 15분만 진행해도 힘들어하셨다. 그러나 점점 2시간, 3시간 늘어나더니 어느 날은 6시간도 연습을 하고 가셨다. 총 연습은 3달 정도 진행됐으며, 보통 대학로에서 연극을 준비하는 시간보다 2배~3배가 많이 걸렸다"고 그녀의 노력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다. 후배 연기자 채시라는 “(도지원, 이하나 등) 여럿이서 합을 맞추는 장면에서 리허설을 거듭한다. 전부 김혜자 선생님이 이끌어주셨다. 리허설하면서도 선생님이 제 의견에 공감해주고 받아준다. (김혜자 선생님은) ‘나만 잘 해야지’가 아니라 전체가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연기 태도를 이야기했다.

이처럼 자신만의 해석력과 치열한 연습을 밑바탕으로 고유의 연기를 펼칠 준비를 마친 김혜자는 현장에서 아량까지 갖췄다. 협업으로 이뤄지는 촬영 현장에서 연기자와 제작진, 스태프와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앞장서서 몸소 드러낸다. 대체할 수 없는 연기, 감히 모방할 수 없는 저력으로 시청자를 웃고 울리는 그녀에 어울리는 새로운 수식어, ‘갓혜자’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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