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 마지노선을 41%로 정했다. 현대차는 내수 점유율 40%대가 무너지면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처럼 쇠락의 길을 걸을 것으로 자체 분석, 경각심을 더하고 있다.
7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현대차의 국내 시장 분석 문건에는 올해를 ‘창사 이래 가장 어려운 상황’으로 진단했다. 위기의 배경으로는 수입차의 폭발적 성장, 국내 경쟁사의 성장세 전환, 현대차의 판매역량 부족을 꼽았다.
이 문건은 현대차의 올해 내수 점유율이 41%를 반드시 넘어여 한다고 강조했다. 문건에 따르면 현대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07년 48.4%를 차지했지만 2010년 41.5%, 2014년 40.4%를 기록했다. 지난 8년간 8.0%포인트가 하락한 것. 여기에 올 1분기에는 40%대마저 무너졌다. 현대차의 1~3월 내수 점유율은 37.7%다.
현대차는 내수 점유율 40%를 사수해야 하는 이유로 피아트의 사례를 들었다. 피아트는 1999년 심리적 방어선인 40%가 무너진 뒤 급격한 내수 판매 감소를 겪었다.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잃자 위기는 전 세계 시장으로 확대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 자동차업체 크라이슬러와 합병됐다.
현대차도 국내 시장 1위의 지위가 흔들리면 ‘브랜드 이미지 하락→1위 업체 프리미엄 소멸→수요 이탈’의 악순환을 겪을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차는 올해 내수 시장 사수를 위해 고객관계관리(CRM) 캠페인, 영업사원에게 고객으로 등록하면 차량 가격을 할인해 주는 ‘200만 굿 프렌드’ 등을 적극 활용, 고객 이탈 방지에 나선다. 더불어 제품 측면에서는 ‘올 뉴 투싼’, ‘LF쏘나타 하이브리드’와 같은 신차 판촉 강화로 판세 전환을 꾀한다. 수입차 공세 방어를 위해서는 ‘제네시스’와 ‘아슬란’의 판매를 강화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당 문건과 관련해 “현대차는 상시적으로 국내시장을 분석하고 있다”며 “피아트의 사례를 넣은 것은 그만큼 내수 시장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입차는 지난달 국내에서 2만2280대가 판매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입차의 월간 판매가 2만대를 웃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