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증권ㆍ자산운용 등 자본시장서 수익창출 돌파구 만들 것”

입력 2015-04-0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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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환 농협금융 회장 내정자… 100조~200조 퇴직금 시장 공략

“당분간 인력 구조조정은 없습니다.”

김용환 NH농협지주 회장 내정자는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금융권이 실적 악화를 이유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농협금융그룹의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김 내정자는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인력 구조조정은 당장 추진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고령화 시대를 대비하고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임금피크제와 같은 사안 등은 고려해볼 수 있지만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지난달 30일 농협금융 주주총회를 통해 지주회장에 내정됐다. 오는 24일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 결과가 나오면 정식으로 취임하게 된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우리투자증권 패키지를 인수하는 데 성공하면서 자산규모 393조원으로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에 이어 3대 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여전히 자산 규모에 비해 수익성에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사 합의를 전제로 인력 구조조정 추진”= 농협금융의 주요 계열사인 농협은행은 올 초 만 40세 이상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269명이 퇴직했다. 이와 관련해 김 내정자는 인력 구조조정에서 노사 합의를 강조했다. 그는 “노사 합의로 판단할 사안”이라며 “아직 인력 구조를 파악한 상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농협금융의 외형 확장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했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증권업계 1위였던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는 등 명실공히 종합금융사로서의 틀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내정자는 “꼭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인수합병(M&A)도 고려하겠지만, (현재는) 내실을 다질 때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저금리 기조로 경영환경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점이라,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와 내실을 다지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 내정자는 내실 경영에 충실하기 위해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 등 수익성지표를 주시하고 있다. 현재 농협금융의 ROA는 금융지주사의 중위권 수준이다. 지난해 농협금융의 ROA는 0.26%였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과 KB금융은 각각 0.68%, 0.47%를 기록했다. ROE 역시 농협금융은 4.35%로 신한(7.46%), KB(5.26%), 하나(4.55%) 등 경쟁사보다 낮은 상태다.

농협금융이 다른 금융지주보다 투자지표가 낮은 데는 순이익의 절반을 차지하는 명칭사용료(‘NH’ 브랜드) 영향이 크다. 농협금융은 명칭사용료의 명목으로 2013년과 2014년 각각 4535억원, 3315억원을 농협중앙회에 지불했다. 이와 관련해 김 내정자는 “농협금융의 특수성을 이해하면 얼마든지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명칭사용료가 농협중앙회로 이동하는 단순 자금으로 볼 게 아니라 중앙회에서 경제사업파트와의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키는 부문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내정자는 “경제지주가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을 주고 이를 통해 다시 금융과 경제 사업이 시너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신경분리가 확고히 자리잡게 되면 코워킹(협력)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분명히 시너지를 제고할 수 있다”며 “여타 시중은행은 이런 동반자를 구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수익 다변화, 신산업 개척 자신감 확충 = 김 내정자는 최근 금융지주사들의 고민이 수익 다변화에 있는 데 공감하며 이를 돌파하기 위한 방안을 밝혔다. 그가 주목한 것은 증권과 자산운용이다. 특히 국내 퇴직금 규모를 100조~200조원으로 보고 이를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김 내정자는 “가급적 증권시장이나 자산운용시장으로 나가야 한다”며 “미국도 퇴직연금 플랜인 401(K)가 어마어마한 규모이기 때문에 자본시장을 키웠다”고 말했다. 퇴직금을 활용한 자금이 시장 바깥으로 나오도록 유도하면 자산운용 부문 성장이 뚜렷해진다는 것이 김 내정자의 지론이다.

이러한 김 내정자의 자신감 배경은 증권 업종과의 깊은 인연과 무관치 않다. 김 내정자는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재무부 기획관리실, 증권보험국 등을 거쳐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증권업무담당관실에서 근무했다. 지난 1995년 미국 증권관리위원회에 파견된 후 금융감독위원회 증권감독과장, 공보관을 차례대로 역임한 그는 증권선물위원회?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쳤다.

한편 김 내정자는 농협금융 여성인력 활용에 대해서 큰 관심을 보였다. 현재 금융권의 대표적인 여성인 모임인 ‘여성금융인네트워크’에 등록된 농협금융 내 여성임원은 NH투자증권 지점장 한 명밖에 없다. 김 내정자는 수출입은행 시절 여성부장을 처음 승진시킨 일화를 꺼내며 “여성 인력 활용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겠다”며 “선진국 금융사에선 여성임원이 많은데 이를 모델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도록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권 화두로 자리잡은 핀테크에 대해선 “수익성이 악화되면 시도해볼 수 있는 영역”이라며 “농협은행 쪽에서 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김용환 내정자는 농협금융의 현황파악을 위해 업무보고를 받고 있으며, 하루에 2개부서의 보고를 받고 있다. 이날 기자와 만나기 전에도 재무관련 보고를 받은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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