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人맥]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있으나 마나’

입력 2015-04-0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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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모호하고 강제력 없어 ‘낙하산 인사’ 여전

정부는 지난해 부터 낙하산 척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가장 대표적인게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이다.

이 규정의 핵심은 사외이사들의 자기권력화(Clubby Boards)를 차단하는데 있다. 경영진을 견제하고 주주 이익을 대변하는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를 되살리기 위해 그들의 ‘제왕적 지위’를 빼앗은 것이다.

지난해 사외이사 무용론까지 대두되며 금융권을 떠들석하게했던 ‘KB 내분사태’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 모범규준은 큰 허점을 갖고 있다. 법적 효력이 없는 행정지도란 점이다. 강제성이 없다는 얘기다. 갑(금융당국)과 을(금융회사)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작용되지만 낙하산들이 금융권 요직에 내려올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우리은행은 신임 사외이사 4명 가운데 3명이 정치권 출신이거나 정치권과 관련 있는 인물로 채워졌다. 지난 2월 사외이사를 새로 영입한 농협금융지주도 4명중 3명이 관료 출신이다.

심지어 KB금융지주는 윤종규 회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사장직에 18대 국회의원 H씨를 뽑으라는 외압이 가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규정이 모호하고 강제력이 없다 보니, 모범규준으로 인해 오히려 관치금융이 더 판을 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까지 나서 “금융권 인사에 외압이 가해지지 않도록 차단하겠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지만 낙하산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배구조 모범규준이‘관치금융’을 더 키우는 계기가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원을 선임하기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신설될 CEO 선임 과정에 주주가 아닌 정치권 입김이 더 크게 반영될 것이란 해석이다.

이승준 보험연구원 금융정책실 연구위원은 “CEO와 임원을 추천하기 위해서는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외부자가 실질적 소유권을 갖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온 대주주보다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할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법제화 등 제도적 정비를 통해 지배구조 모범규준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제도적으로 개선하지 않는다면 정피아를 비롯해 관피아, 연피아 문제는 도돌이표처럼 계속 반족될 것”이라며 “법제화를 통해 제도적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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