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진달래가 잔뜩 피었다. 진달래는 다른 식물이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강건한 식물이다. 나무꾼의 모진 낫질에 줄기가 뭉텅 잘려도 다시 새순이 돋아나는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혹독한 겨울을 넘기고 봄이 되면 어김없이 꽃을 피우는 진달래가 강인한 우리 민족성을 닮았다. 일제 강점기에는 저항하던 우리의 민족성을 상징하였다. 일제의 탄압에도 절대 굴하지 않고 독립 의지를 불태웠던 민족의 상징이었다. 그러므로 한때 진달래를 나라꽃으로 하자는 일부의 주장도 있었다.
진달래는 진달래과에 속하는 쌍떡잎식물로 꽃이 아름다운 식물이다. 대부분의 종은 관목이지만 일부 종은 교목처럼 자라는 종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50속 약 1400종 이상이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주로 사계절이 뚜렷하고 겨울철 기온이 낮은 한대 및 온대 기후대에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대표적인 진달래과 식물의 자생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진달래과 식물은 꽃이 아름답기 때문에 일찍부터 관상식물로 개발돼 재배됐다. 조선시대의 강희안이 저술한 양화소록에 진달래는 화목구등품(花木九等品)에서 6등품에 속하고 계절의 벗이라 했다. 재배가 용이하고 화색과 꽃모양이 다양해 정원수, 화분용수로서 활발하게 원예품종이 개발됐다. 특히 상록성 진달래과 식물의 상당수는 일본에서, 낙엽성 진달래 종류는 유럽을 중심으로 많이 육종됐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마니아층이 두터운 오월철쭉을 비롯하여 히라도철쭉, 키리시마철쭉, 쿠루메철쭉 등은 일본 고유의 자생 진달래 종류를 바탕으로 육종된 원예종들이다. 한편 유럽에서는 중국 및 카프카스 지역에 자생하던 진달래를 교잡해 아잘레아(azalea)라고 불리는 서양철쭉을 육성했다.
우리나라에는 무려 23종의 진달래과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그 가운데 진달래, 흰철쭉, 산철쭉, 흰산철쭉, 겹산철쭉 등은 우리나라 고유의 특산종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겹산철쭉은 꽃이 겹꽃이고 개화량이 많으며 재배가 용이해 이미 각종 조경공사에 흔히 식재하는 관상수이다. 대부분의 낙엽성 진달래과 식물에서 나타나는 영양 번식의 어려움도 전혀 없고 재배도 용이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품종으로서 형질이 고정되지 않아 변이가 심하며 원예 품종으로 등록도 되지 못했다.
최근에 우리나라 자생생물의 보전과 연구에 국가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계기관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생 생물유전자원을 수집하고 경제적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앞으로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첨단의 생물산업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 과정 중에 우리나라 산과 들에 매년 봄 흐드러지게 피는 진달래과 식물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어느 때가 될지, 우리나라 자생 진달래 종류를 바탕으로 육종된 다양한 원예품종이 세계인들의 정원에서 화사하게 꽃피는 날을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