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를 피해 은행권을 빠져나온 자금 위에 투자처를 찾는 MMF 자금이 증시와 파생상품에 속속 스며들고 있다. 나아가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원-달러 환율도 개인투자자의 투심(投心)에 힘을 싣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증권가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3조196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증권시장의 하루평균 개인 거래대금이 3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2년 2월(3조9107억원) 이후 3년 2개월 만이다.
전체 거래대금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6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4월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거래대금은 전체의 59.9%에 달했다. 2009년 5월 이후 5년 11개월 만이다. 개인투자자의 거래대금 증가는 말 그대로 비약적이다. 약 1년 전인 지난해 6월만해도 41.1% 수준에 머물러있었다.
투자자예탁금도 크게 증가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3일 19조2733억원을 기록하며 19조원대에 올라섰다. 투자자예탁금이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 놓았거나 주식을 판 뒤 인출하지 않은 대기자금이다. 투자자예탁금이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주식투자 수요가 증가했다는의미로 해석된다.
올해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7%, 23% 상승했다. 이처럼 작년 말부터 코스닥 강세가 시작했고 1분기 코스피 역시 지리했던 박스권 탈출을 시도 중이다. 동시에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귀환도 당분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개인투자자의 증시 복귀는 다양한 변수가 맞물리면서 이뤄졌다. 먼저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저금리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속속 은행권을 빠져나온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 실질적인 은행 예금금리가 1%대로 떨어지면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 시작한 셈이다.
나아가 정부 정책도 한 몫을 했다. 작년 연말 가시화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개인투자자를 증시로 불러들였다. 배당을 앞두고 배당확대를 요구하는 정부의 목소리에 기업이 화답했다. 정부의 이같은 현금배당 확대 정책은 곧 가계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복안도 담겨있었다. 이 과정에서 현금 배당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의 '배만 불린다'는 우려도 이어졌으나 결과적으로 개인투자자의 증시 복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이밖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해 연말 이어진 삼성SDS와 제일모직 등 거대 IPO, 달러 강세, 국제유가 하락 등이 직간접적으로 투심을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나아가 유럽을 중심으로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아시아 증시로 몰리든 것도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해외 자금이 박스권 탈피의 단초로 작용했고, 박스권 탈피를 갈망하던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자금 유입에 편승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강세가 이어지며 지수 상승폭보다 몇 배 이상 오른 종목들이 속출하고 있다"면서 "시장이 달아오르는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관심과 실질적인 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