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해진 한미]쌀협상에서 AIIB까지…미묘해진 한미관계

입력 2015-04-10 09:27 수정 2015-04-1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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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우방을 자처하던 한미 관계가 묘하게 틀어지고 있다. 한국의 실리외교가 미국의 정책과 엇갈리면서 한일간의 균형추를 자처하던 미국도 급격히 기우는 양상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 고위인사들의 발언은 이미 일본 측에 상당히 기운 모양새다.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는 한미일 3국의 공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미일 협력의 잠재 이익이 과거의 긴장과 현재의 정치보다 중요하다”면서 “우리 세 나라(한·미·일)는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요미우리 신문과 인터뷰한 미 국무부 대니얼 러셀 동아태 차관보 또한 아베 총리의 군위안부 발언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미 국무부 웬디 셔먼 정무 차관은 과거사과 관련해 사실상 중국과 한국을 비판하는 언급을 했다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에 왔을 때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끔찍한 인권침해라며 강도 높게 비난한 것과는 상당한 변화가 감지되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확장일로를 걷는 중국 정부에 맞서 ‘아시아 재균형’정책을 펴는 미국과 일본정부에 대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최근 일련의 상황에서 실리외교를 펼치는 우리 정부에 대한 미 정부의 경고성 메시지가 다분하다는 평가다.

먼저 중국이 추진중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경우 미국은 이를 견제하고자 한국을 비롯해 우방국들의 불참을 종용한 바 있다. 하지만 마감전까지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았던 일본과는 달리 우리 정부는 지난달 말 참여 선언을 발표했다.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또한 중국의 강력한 반발 속에 우리 정부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최근엔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가 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려면 쌀 수입시장의 문턱을 낮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쌀 시장 추가 개방’이 뜨거운 통상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정부는 TPP 협상과 쌀 시장 추가 개방은 연계할 수 없는 별개 사안이라고 견해를 밝혀 사실상 일련의 미 정책에 반기를 든 셈이 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실리를 챙기면서 한미관계를 복원하고 중국과의 마찰을 피해야 하는 복잡다단한 상황”이라고 평가하며 “우리 외교력의 가장 큰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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