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개봉한 영화 ‘장수상회’(배급 CJ엔터테인먼트)는 황혼의 로맨스를 다루며 ‘신중년’으로 대표되는 최근 문화계 트렌드를 가장 잘 반영한 대표작으로 거론됐다.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로 흥행성을 입증한 강제규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재개발을 앞둔 동네의 장수마트를 중심으로 까칠한 노인 성칠(박근형)이 금님(윤여정)을 만나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따뜻한 가족애 속에 담아냈다. 70대의 박근형과 60대의 윤여정이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송강호, 최민식, 황정민, 이병헌, 손현주 등 40대 배우의 활약이 두드러졌다면 올해는 55세에서 75세를 지칭하는 신조어 ‘신중년’의 시대가 열릴 예정이다. ‘장수상회’와 동시 개봉한 영화 ‘화장’은 ‘국민배우’ 안성기(63)의 재발견을 가능케 한다. 안성기는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화장’(배급 리틀빅픽처스)에서 주인공 오상무 역을 맡아 특유의 깊이 있는 연기와 감성적인 분위기로 중후함을 내뿜는다. 안성기는 “중년의 삶을 연기해서 좋았다. 예전부터 있었던 소재일 수 있지만 지금 시대에서 볼 때 눈에 띄고 참신하다는 반응에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죽어가는 아내와 젊은 여자 사이에 놓인 한 남자의 번뇌를 그린 임권택(79) 감독의 노익장 역시 ‘화장’을 지탱하는 힘이다. 배우 김수미(64)는 지난 3월 개봉한 ‘헬머니’에서 그만이 할 수 있는 실감나는 욕 연기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할리우드로 눈을 돌리면 더욱 거센 신중년 파워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월 개봉해 누적 관객 수 579만명을 돌파한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콜린 퍼스(55)로 대변된다. 중후하면서도 섹시한 콜린 퍼스의 매력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국내 흥행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무엘 L. 잭슨(67) 역시 극 중 최고 악당 발렌타인 역을 맡아 스파이 액션의 진수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테이큰’ 시리즈로 지난 1월 186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리암 니슨(63), ‘위플래쉬’로 제87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고, 국내 관객의 호응을 얻은 J. K. 시몬스(60) 등이 눈길을 끈다. 이우진 영화평론가는 “신중년은 관록과 내공이 묻어난 수준높은 작품을 기대하는 관객들의 입맛을 제대로 만족시켜준다. 나아가 60~70대 관객들을 극장으로 유도해 영화산업의 발전도 꾀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