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개원 130주년, 한국의학 뿌리 재확인

입력 2015-04-1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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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자 ‘알렌, 에비슨’과 후원자 ‘세브란스’ 후손 참석

▲알렌 박사의 고손녀인 캐서린 하만이 유품 전달에 앞서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세브란스병원)
우리나라 최초 근대식 의료기관인 제중원에 뿌리를 둔 세브란스병원이 개원 130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갖고 자긍심과 사명감을 높였다.

특히 구한말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근대의학을 정착시키기 위해 희생을 감수했던 의료선교사(알렌, 에비슨)와 세브란스병원 설립에 지대한 영향을 준 후원자(세브란스) 후손들이 참석해 의미 깊은 유품을 기증해 감동을 선사했다.

연세대학교 의료원은 10일 세브란스병원 6층 은명대강당에서 ‘세브란스병원 개원 130주년 기념식’을 갖고 우리나라 근대의학의 효시로 맡은바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되새겼다.

기념식에는 초청을 받아 미국에서 건너 온 알렌 박사의 고손녀 캐서린 하만, 에비슨 박사의 증손녀 자매인 쉴라 호린과 마사 더너건, 세브란스씨의 고조카 손녀인 메리 스미스 여사가 참석했다.

또한 외빈으로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 이순남 이화여대 의료원장, 김영훈 고려대 안암병원장 등이 참석했다. 연세대학교 인사로는 ‘김석수’ 이사장, ‘박삼구’ 연세대학교 총동문회장, 홍영재 연세의대 총동창회장 등 국내외 인사 500명이 참석했다.

정남식 의료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나라 의학과 고등교육의 발원지인 제중원은 1885년 4월 10일 개원했으며, 고귀한 창립정신들은 면면히 흘러 오늘의 세브란스병원에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중원과 세브란스를 설립한 위대한 선각자들의 정신을 계승해 가치를 나누는 의료기관, 대한민국 의료를 책임질 의사를 배출하는 의학 교육기관, 의학 연구를 선도하는 세계적 의학연구기관이 되어 인류건강 증진에 기여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이 땅에 의료선교사로 파견되어 제중원 설립과 발전에 기여한 알렌 박사와 에비슨 박사, 그리고 세브란스병원 설립에 도움을 준 세브란스씨의 정신을 영원히 기억해야 하며, 세브란스병원은 인류의 질병을 구원하고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하는 의료기관 역할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는 “세브란스병원은 제게 특별한 곳입니다”라고 소개하면서 “최근 피습으로 큰 상처를 입었을 때 훌륭한 의료진의 정성어린 치료에 감사하며, 지난 130년간 미국과 미8군과 긴밀한 협력을 갖고 있는 세브란스병원이 세계최고의 의료기관 중 한 곳으로 자리함을 기쁘게 생각 한다”고 언급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오늘은 우리나라 모든 의사들에게 뜻 깊은 날이다. 130년 전에 큰 뜻으로 세워진 제중원은 대한민국 의학의 모태가 됐고, 세브란스병원은 수많은 의학인재를 배출해 의료계에 공헌했다”고 평가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의료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이들의 후원과 관심을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캐서린 하만 여사가 알렌 박사의 ‘태극훈장’과 도관(차 주전자)를, 쉴라 호린 여사가 우리나라에서 활동할 당시 착용했던 에비슨 박사의 안경과 각종 당시의 기록물을 정남식 세브란스 의료원장에게 기증했다.

특히 1905년 알렌 박사가 미국으로 영구 귀국할 때 고종이 하사한 태극훈장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당시 우리나라에 거주하던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최상위 훈격으로,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제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강제로 체결했던 ‘을사보호조약(을사늑약)’의 부당성을 주장했던 알렌 박사의 한국사랑 정신이 담겨있는 유품이다.

알렌 박사는 강제 귀국 후에도 1932년 사망 시 까지 일본 침략의 부당성과 미국정부의 각성을 호소하는 강연과 책자를 펴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도관’(차주전자)은 중화민국 대총통 위안스카이(원세개)로 부터 받은 것으로 당시 휘하의 병사들을 치료해준 고마움이 담겨있으며, 에비슨 박사의 안경은 제 4대 제중원 원장으로 한국 의학 발전과 고등 교육 시행에 모든 것을 던진 열정을 고스라니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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