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춘추전국시대의 서막이었다. 프로 11년차 김보경(29ㆍ요진건설)이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국내 개막전 롯데마트 여자오픈(총상금 6억원ㆍ우승상금 1억2000만원)에서 우승했다.
김보경은 12일 롯데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파72ㆍ6187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관록을 앞세워 마지막까지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2013년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우승 이후 2년 만의 정상이다.
이로써 김보경은 개인 통산 네 번째 우승을 장식, 올 시즌 개막전 챔피언 김효주(20ㆍ롯데)를 제치고 상금순위 1위(1억2450만원)로 올라섰다.
김보경은 시즌 전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2013년 두 차례의 우승을 차지했지만 지난해는 우승 없이 상금순위 19위(2억1000만원)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이로 서른 살로 최고령 선수에 속한다.
지난해 상금순위 ‘톱10’ 중 5명(김효주ㆍ백규정ㆍ장하나ㆍ김하늘ㆍ김세영)은 미국과 일본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지만 허윤경(25ㆍSBI), 이정민(23ㆍ비씨카드), 전인지(21ㆍ하이트진로), 이민영2(23ㆍ한화)가 새로운 ‘빅4’로 떠올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이정민은 공동 4위에 오르며 ‘빅4’다운 기량을 입증했지만 전인지(공동 19위)와 허윤경(공동 22위)은 그다지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이민영2는 신장암 수술을 받아 이 대회에 출참, 복귀 시점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김보경을 비롯해 크게 주목받지 못한 이정은5(27ㆍ교촌F&B)와 김혜윤(26ㆍ비씨카드), 이승현(24ㆍNH투자증권), 정재은(26ㆍ비씨카드)은 ‘톱10’에 진입하며 올 시즌 투어 판도를 뒤흔들었다.
특히 지난 시즌 드림투어(2부)를 전전하던 정재은은 달라진 기량으로 나흘 내내 주목받았다. 정재은은 지난해 19개 대회에 출전해 14개 대회에서 본선에 올랐지만 상금순위 57위(5816만원)에 그쳐 드림투어로 추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그러나 정재은은 지난해 드림투어에서 절치부심하며 우승 1회 준우승 5회를 차지했다. 그리고 1년 만에 복귀한 정규투어 무대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한편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JTBC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한 김효주는 누적된 피로와 컨디션 난조로 인해 11번홀(파4)을 마친 뒤 기권했다. 김효주는 올해 LPGA투어와 국내 대회를 병행할 예정이지만 사실상 체력적 한계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