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고객인 삼성전자를 놓친 퀄컴이 칩 사업을 분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행동주의 투자자이자 퀄컴 지분 약 20억 달러(약 2조2000억원)어치를 보유한 헤지펀드 자나파트너스가 퀄컴 측에 칩 사업 분사를 요구했다고 1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자나파트너스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분기 서신에서 “퀄컴의 수익성이 높은 특허 라이선스 사업에서 칩 사업을 분리시켜 주주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나파트너스는 퀄컴에 비용절감과 자사주 매입 확대는 물론 임원 급여구조 변경 등의 대책도 촉구했다.
퀄컴 매출에서 스마트폰 등 무선 송신을 담당하는 베이스밴드 칩은 3분의 2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순이익의 3분의 2는 CDMA 휴대폰 기술 특허 라이선스에서 나온다.
퀄컴 분사 요구 배경에는 삼성이 있다는 평가다. 삼성은 올해 갤럭시S6 시리즈에 퀄컴의 스냅드래곤 모바일칩 대신 자체 프로세서를 사용하기로 해 퀄컴에 타격을 입혔다. 퀄컴 주가는 올 들어 7.5% 빠졌다.
자나는 “지난 1년간 퀄컴 주가는 나스닥지수에 뒤쳐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회사의 칩 사업에 가치를 거의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퀄컴 주가는 이날 장 초반 4%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회사가 분사 요구를 일축하면서 0.6%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퀄컴은 “이사회와 경영진은 정기적으로 기업구조를 검토하고 있다”며 “최근 리뷰에서 우리는 칩 생산과 특허 라이선스를 함께 하는 현재 사업모델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퀄컴은 일찌기 지난 2001년 분사를 고려했으나 논의 끝에 이 계획을 폐지했다고 WSJ는 전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퀄컴이 분사 이후 특허 라이선스 협상에서 주도권을 잃는 상황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라이선스 사업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돈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수 있고 칩 생산은 관련 특허기술을 발명할 수 있는 근원이 되고 있다”며 시너지 효과를 강조해왔다고 WSJ는 덧붙였다.
퀄컴은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고자 지난달 자사주 매입 규모를 150억 달러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