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기업들이 자산은 늘고 있지만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줄어드는 ‘비만형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표 기업들이 몸집은 불어나고 있지만 체력과 근력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 시가총액 순위 30위 기업(금융업체 제외)의 지난해 총자산은 669조9589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 634조4133억원과 비교해 35조5456억원(5.6%) 늘어난 규모다. 또 2012년말 기준 592조3542억원과 비교하면 77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반면 30대 기업의 매출 총액과 영업이익 총액은 역주행으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30대 기업의 매출액은 522조1128억원으로 전년도 532조2545억원보다 2%(10조1417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하락세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40조원대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30대 기업이 올린 영업이익 총액은 40조913억원이다. 이는 전년 48조3467억원과 비교해 17%(8조2554억원)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대표기업들이 비만형 성장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인체로 비교하면 몸집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데 체력과 근력 등 활력적인 부분이 크게 약화된 것이다.
특히 비만형 성장은 기업의 재무안전성을 흔들면서 부실화의 전조 증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기업의 자산은 자본과 부채를 합한 금액이다. 이익은 잉여금이라는 이름으로 자본계정에 쌓이게 된다. 만약 자산 증가 속도가 영업이익과 매출액 증가 속도보다 클 경우 부채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비만형 성장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기업의 자산은 부실화될 수밖에 없다. 최근 5년간 재무안전성 악화로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의 수모를 겪은 대기업집단이 모두 공통적으로 장기간 비만형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국내 30대 기업의 차입금 의존도 변화 추이에서 읽을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30대 기업 중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진 회사가 33%인 10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차입금 의존도가 30% 이상인 대기업도 전년도 3곳에서 지난해 5곳으로 2곳이 늘었다. 차입금 의존도는 총자본에 대한 차입금 비율을 말하는데 차입금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이자 등 금융비용의 부담이 커 수익성이 떨어지고 안전성도 낮아진다. 또 통상 30% 미만일 때 안전한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