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업계에 있어서 2006년은 새로운 희망을 볼 수 기회를 마련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출한도가 확대되고 여신전문 출장소 설립 규제도 완화되는 등 영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스(PF) 업무도 허용돼 국내에 머물던 영업시장을 세계로 넓힐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는 전국 110개 모든 저축은행에게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 이상, 고정이하여신비율 8% 이하 등 일정기준을 충족한 이른바 ‘88클럽’에 가입한 저축은행에게만 허용된다.
그동안 금융감독당국은 상이한 규모를 갖고 있는 저축은행에 대해 천편일률적인 잣대로 감독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제는 우량한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다양한 규제 완화를 통해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준 것이다.
동일인 여신한도 규제는 저축은행업계의 규모의 경쟁을 저해한 요소로 지적돼 왔다. 또 영업점 설치에 대한 규제는 그동안 점포설치가 자율화 되어 있는 일반 은행은 물론 신협, 새마을금고 등과 같은 서민금융기관에 비해 형평성 결여 및 금융기관간 공정경쟁 저해 요인으로 작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일부 시·군·구 지역에는 저축은행의 점포가 존재하지 않아 서민 및 중소기업들의 불편을 초래해 온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여신전문출장소 설립 근거의 신설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최소한 해소하게 됐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당국이 건전한 저축은행으로 분류하는 기준이 된 ‘88클럽’ 가입은 성장을 지향하는 저축은행의 지상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BIS비율은 저축은행을 포함한 수신 기능을 갖추 모든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의 기준이며, 금융감독당국에서는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5% 이상을 최소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8% 이상이면 비교적 우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88클럽 저축은행들은 건전한 재무구조를 가져가며 내실경영에 강화를 둔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에 아직 88클럽에 가입하지 못한 저축은행들은 ‘우량한 저축은행’이 되기 위해 나름대로의 포트폴리오를 수립하고 이를 실천해 나가고 있으며, 이미 회원에 가입한 저축은행들은 더 좋은 재무구조를 갖추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 완화 문제가 아니더라도 88클럽에 가입하게 되면 재무구조가 건실하고 부실자산이 적기 때문에, 여타 저축은행과 달리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을 필요가 없다. 벌어들이는 수익이 고스란히 순이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수익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 6월말 결산 현재 전국 110개 저축은행 중 88클럽에 가입한 저축은행은 총 56개. 이제 절반을 조금 넘은 수준이다.
이들 56개 저축은행만 지난 8월 시행에 들어간 저축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동일인 대출때 법인의 경우 다른 제약없이 자기자본의 20%까지, 개인은 최고 5억원까지 돈을 빌려줄 수 있게 됐다.
종전에는 동일인 대출시 법인의 경우 최대 80억원, 개인에게는 최고 3억원을 넘지 못했다.
바뀐 법에 따라 80억원 이상 대출을 하려면 자기자본이 최소 400억원은 넘어야 한다. 일부 저축은행은 이 규정이 변경되기 전 굳이 자기자본 400억원을 넘을 필요가 없다며 규모의 확대를 자제해 온 곳도 있을 정도다.
6월말 현재 자기자본 400억원이 넘는 곳은 총 25개 저축은행에 불과하다. 그러나 12월 반기결산, 또 내년 6월 결산이 끝나면 400억원이 넘는 곳은 88클럽 가입 저축은행만큼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서울의 경우 기존 출장소의 절반 수준인 30억원이면 수신 업무 없이 대출만 해주는 여신전문출장소를 세울 수 있어 인터넷에 익숙치 않은 40~50대 이상을 겨냥한 출장소 설립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금감원에서 저축은행에 대해 해외PF를 허용해 줌에 따라 대형 저축은행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미 부산저축은행, 동부저축은행, 한국(진흥, 경기)저축은행 등이 해외로 진출했고,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을 비롯한 현대스위스저축은행, 프라임저축은행 등이 해외진출을 위한 사업성 검토작업이 현재 진행 중인 상태다.
수표발행도 최근 당정협의를 거쳐 저축은행에 허용해 주기로 했다.
수표발행 허용은 업계의 큰 숙제를 하나 풀었다는 입장이다. 그간 수표발행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 및 기업고객을 위해 매일 시중은행 창구를 방문, 수표를 받아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영업점별로 상당한 수준의 수표발행 수수료가 지급돼야만 했다. 또 수표발행 업무를 부담스러워하는 은행의 눈총도 받아야만 했다. 저축은행이 이번 수표발행 허용으로 인해 276억원의 수익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금전적인 효과보다도 저축은행의 신인도 제고에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반기고 있다. 수표발행이 허용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금융부실이 발생할 경우 지급결제 불이행이 우려될 정도로 기초체력에 대한 의심이 컸기 때문이다. 때문에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수표발행은 부실금융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는 데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2002년 1월 ‘상호신용신금고’에서 바뀐 ‘상호저축은행’ 명칭에서 ‘상호’를 떼어낼 수 있게 된다. 수표발행과 함께 향후 이미지 제고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현행법상 상호저축은행은 ‘상호저축은행’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나 실제 ‘저축은행’이라는 단축명칭이 널리 쓰이고 있어 ‘저축은행’이란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저축은행법을 개정한 것.
그러나 아직도 우려가 되고 있는 ‘저축은행의 私금고’를 막기 위한 대주주에 대한 감독도 강화된다.
PEF 등이 상호저축은행의 주식을 30% 초과해 취득하거나 최대주주가 되고자 하는 경우 업무집행사원 등 실질적인 경영권 행사자는 인수자격 심사를 받아야 한다. 현재는 PEF에 대해서만 심사해 왔다.
또 저축은행의 상근임원은 자회사 등을 제외하고 다른 영리법인의 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저축은행 임원의 결격사유를 현재 해임·징계면직된 자에서 금감위의 조치(직무정치 등)를 받은 자까지 확대했다. 재직 중 해임·징계면직 조치를 받은 것으로 통보된 퇴직 임직원은 5년간 저축은행의 임원 선임을 배제토록 했다.
이와 함께 금감원에서는 저축은행 인수자를 국세청에 통보하고, 수시로 대주주 자격에 대한 검사를 강화해 나가는 감독방안을 마련한 상황이다.
그러나 금융감독당국의 업계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규제완화를 하고 있음에도 아직 부족한 점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저축은행의 재무건전화와 규모의 확대를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현재의 규정만으로는 규모의 확대가 오히려 독(毒)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 일각의 시각이다.
현재 일부 지방은행 규모를 뛰어넘는 규모를 갖춘 저축은행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또 당국의 이러한 업계를 위한 정책들로 인해 그러한 저축은행은 더 많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지역적, 업무영역적 규제 속에서는 영원히 ‘그냥 덩치 큰 저축은행’일 뿐이다.
일정한 규모가 됐을 때 업무영역을 늘려주고, 더 나아가서는 일본처럼 지방은행으로 전환을 허용해 주는 등의 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
또한 저축은행들도 규제 완화를 통해 허용된 업무를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규제가 풀리고, 또 더 많은 규제를 풀기 위해서는 저축은행업계의 자성과 노력이 있어야만 한다. 규제완화는 단순히 민원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다.
저축은행이 은행에 견줄만한 실력을 갖추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