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주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끈질긴 장인 정신 빛 발하다

입력 2015-04-15 10:42 수정 2015-04-1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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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블라디미르였고, 때로는 에스트라공이다. 내면의 다툼을 벌인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5월 17일, 서울 소극장 산울림)의 인물들이다. 그리고 나와 우리의 이야기다. 거추장스러울 것 하나 없이 간결한 그 무대는 초연 45주년을 맞이했다. 소극장 산울림 개관 30주년, 거쳐간 배우들만 해도 41명, 수상 경력 80여회가 넘는 ‘고도(Godot)를 기다리며’는 살아있는 신화다.

1969년 아일랜드 출신의 실험적 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원작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국내 초연 중이던 연극에 대한 반응을 폭발적으로 배가시켰다. 점차 공연 자체의 힘으로 관객에 소구하고, 부조리극으로서 공감을 자아냈다.

유민영 연극 평론가는 ‘고도를 기다리며’가 변함없이 관객 호응을 갖는 이유에 대해 “우선, 베케트의 희곡 자체가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인류 보편성의 문제를 다룬 현대 고전이다. 사람은 자신의 내세를 궁금해하고, 꿈을 갈망한다. 누구나 구원을 희구한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이와 같은 인간 구원의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고, 놀이식으로 가볍게 풀어놓는다. 비극 같지만 희비극이다. 그 자체로 희극성이 뛰어나다”고 밝혔다.

탄탄한 원작이 무대로 옮겨져 생동했다. 이처럼 연륜까지 더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임영웅 연출가의 존재가 있다. 1969년 초연 당시 33세의 청년 연출가는 어느덧 79세 노구가 됐다. 2000여회를 거듭한‘고도를 기다리며’ 무대에는 임영웅 연출가의 손길이 곳곳에 묻어난다. 깊이로 무장한 그는 여전히 열정으로 지휘하고 있다.

유민영 연극 평론가는 “기계화, 속도화 되는 우리 사회에서 장인정신을 발휘한 작품이다. 임영웅 연출가가 끈질기게 창조해낸 점은 우리 조상들이 갖고 있던 장인 정신을 현대에서 재현한 셈이다”라고 분석했다.

산울림 극단의 대표작인 ‘고도를 기다리며’에는 올해 정동환, 정재진, 이호성, 박용수, 송영창, 안석환, 한명구, 김명국 등 쟁쟁한 배우가 총출동했다. 1990년도 무대에 섰던 정동환은 약 25년 만에 블라디미르로 돌아왔다.

송영창 역시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세 번의 무대에 출연했다. 같은 역의 한명구는 20여년 간 750여회 출연했다. 이외에도 14년 만에 에스트라공으로 분하는 안석환, 10여년 간 450여회 출연한 박상종 등이 구력을 다진 대표적 배우들이다. 어린 소년 역을 포함해 13명의 배우들이 이번 프러덕션에 야심차게 포진했다.

유민영 평론가는 “‘고도를 기다리며’는 좋은 배우들을 택해 인간의 허무주의를 넘어서버리는 문제를 상당히 정밀하게 분석해냈다. 번역극이 아닌 창작극과 같은 느낌을 끌어낸다. 낯설지 않은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여전히 생명력을 지니고 관객을 끌어당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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