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관련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지를 밝히면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세월호 1주기 관련 현안점검회의에서 “부정부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국민도 그런 사람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혐의가 드러나는 사람이 있을 경우 누구든 처벌하겠다는 뜻으로,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두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이 문제는 정치개혁 차원에서 반드시 바로잡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고도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등이 오가는 정치권의 비리행태를 발본색원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되고 이틀이 지난 12일 대변인을 통해 “검찰의 성역 없는 엄정 대처”를 주문한 이후 별다른 언급 없이 사건을 주시해왔다. 일각에선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청와대 내에서는 전·현직 비서실장과 국무총리까지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남미 4개국 순방을 하루 앞두고 이처럼 수위를 높여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언급하고 나선 건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동반 하락하고 있는데다 연이은 언론보도로 의혹이 마치 사실처럼 세간에 회자되고 있는 데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의혹이 부풀려지고 사실 여부가 불분명한 내용들이 계속 전해지면서 국민이 혼란에 빠져 있는 점을 계속 묵과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의 국면에서 16일 출국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대한 대응으로도 풀이된다.박 대통령은 이런 사건들이 국익을 헤치고 있다는 점도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내일 126명의 최대 규모 경제사절단과 함께 중남미 순방을 떠나는데 이렇게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국민과 기업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며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국가재정을 어렵게 하는 쌓이고 쌓인 적폐나 부정부패를 뿌리 뽑지 않고는 경제 살리기 노력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이런 일은 결코 이 정부에서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한 이완구 국무총리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개인 의견이지만, 아직까지 정확하게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고 결격 사유가 드러나지 않았는데 대통령이 나서 주요 직책에 있는 사람을 물러나라고 할 수는 없는 일로, 그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