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3000억원대의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한 '동양그룹 사태'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현재현(66) 동향그룹 회장에게 검찰이 징역 15년형을 구형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최재형 부장판사)는 1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현재현(66) 동양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현 회장에게 징역 15년을, 함께 기소된 정진석 동양증권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 검찰, "CP발행 자체가 사기"
검찰은 "동양그룹은 정상적인 기업활동으로 변제할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는데도 기업어음(CP)을 판매했다"며 "정책금융이라는 구시대적이고 비정상적인 금융지원 없이 망하는 것을 스스로 알면서도 CP와 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그 자체로 사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 회장은 CP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과정을 최종적 승인·지시했으며, 정 대표는 CP발행물량과 상품설명서 등을 최종 결재했다"며 "'대마불사(大馬不死 )'라는 구시대적 신화에 기대 CP발행을 더 늘리고 일반 서민을 담보로 정책금융을 협박해 자금을 받으려고 한 이들의 행위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 회장은 2013년 2∼9월 그룹 경영권 유지를 위해 부실 계열사 CP와 회사채를 발행해 판매함으로써 개인투자자 4만여명에게 1조3000억원의 손해를 입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 동양사태 피해자, "일반인이 신용카드 대금 몇백만원 못갚아도 사기죄로 처벌받아" 호소
이날 검찰 구형에 앞서 증인으로 채택된 김모 씨는 동양사태 피해자들을 대표해 40여분에 걸쳐 현 회장 등을 엄벌에 처해줄 것을 호소했다. 김씨는 "일반인은 신용카드 대금 몇백만원을 못갚아도 사기죄로 고소를 당한다"며 "현 회장 등은 수많은 피해자들을 만들어 놓고 사과 한마디 없을 뿐더러 피해보전을 위한 노력도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증언하는 동안 법정을 채운 200여명의 동양사태 피해자들은 10여차례에 걸쳐 박수를 보냈다. 한 50대 여성은 재판 도중 갑자기 방청석에서 일어나 "저는 입원 중인데도 오늘 재판을 보려고 이렇게 나왔다, 재판장님께서 제발 도와달라"고 외쳐 잠시 증인진술이 끊기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재판장인 최 부장판사는 "피해자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대한민국 법정의 품위를 지켜덜라"며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