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타지역 원료로 만든 식품, 가공지 기준 제품명 표기해도 처벌 못 해"

입력 2015-04-19 09:36 수정 2015-04-1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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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 인삼을 원료로 홍삼 절편을 만들어 판매하며 '강화인삼절편'이라는 표시를 했어도 원산지 표기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화인삼협동조합 조합장 황모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씩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홍삼과 같은 농산물 가공품의 경우 그 원재료인 수삼의 원산지가 모두 국내산이라면 그 원산지를 ‘국산’이라고 표시할 수 있고, 그러한 홍삼을 원재료로 하는 홍삼절편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홍삼절편과 같은 농산물 가공품의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제조·가공한 지역의 명칭을 제품명에 사용하는 것도 법령상 허용되고 있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다른 지역의 수삼을 주원료로 특정 지역에서 제조한 홍삼절편의 제품명에 그 특정 지역의 명칭을 사용하했어도 '원산지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하는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황씨와 조합 법인은 2010년 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인천 강화군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수확한 수삼을 50%이상 섞었는데도 '봉밀강화홍삼절편'이라는 제품명을 사용해 시가 기준 총 2억7600여만원어치의 홍삼절편을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황씨가 만든 제품에 인천 강화군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수확된 인삼이 일부 섞이기는 했지만, 강화인삼협동조합이 강화군에서 직접 가공한 홍삼을 재료로 제조한 점을 고려하면 원산지를 허위 표시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황씨가 타 지역에서 재배된 인삼을 가공해 제품을 만들었는데도 '봉밀강화홍삼절편'이라는 제품명을 표시하고,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강화가 홍삼 원료인 인삼의 본고장'이라고 소개한 것은 제품 원재료인 인삼이 전부 강화에서 생산된 것처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한 것"이라며 유죄판결했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 분야 전문인 김태민 변호사는 "가공품은 아니지만 안동간고등어나 영광굴비의 경우에도 원산지의 의미보다 가공 '과정'을 중시해서 지리적표시를 하는 것을 문제삼지 않는다"며 "원재료의 성상이 변형되거나 다른 원재료와 혼합돼 가공되는 경우에는 당연히 제조, 가공된 지역을 표시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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