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동계 반발에도 “노동시장 개혁 신속 추진”

입력 2015-04-1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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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 대비·청년실업 해소” vs “재계 편드는 일방적 개악”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최저임금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4·24 총파업 등 노동계의 춘투(春鬪)가 거세질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정부는 노동시장 개혁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마당에 내년부터 정년 60세 연장도 시행돼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이루지 않고서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노동계는 정부가 재계의 목소리만을 듣고서 ‘쉬운 해고’를 밀어붙인다며 노사정위 전면 탈퇴를 시사하는 등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17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가진 언론인 간담회에서 “취업규칙 변경 절차와 기준은 임금체계 개편과 더불어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어 가급적 5월 정도에는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 하고, 근로계약 해지 기준과 절차는 6∼7월쯤으로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근로계약 해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이 위험부담을 안을 수가 없어 기간제를 쓰고 나중에 하도급을 주는 경향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노사정 대화 결렬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일반해고 가이드라인’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추진 일정을 밝힌 것이다. 정부가 두 사안의 추진 일정을 명확히 밝히기는 처음이다.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은 사용자가 근로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23조와 관련됐다. 지금은 근로자의 개인적 비리로 인한 ‘징계해고’나 경영난으로 인한 ‘정리해고’만 가능하지만, ‘일반해고’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미국, 유럽처럼 저성과자나 근무태도가 불량한 직원을 해고할 수 있게 된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간주되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대표의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말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정년연장이 의무화되는 만큼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임금피크제등을 도입해야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줄어 신규채용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5월부터 본격화하는 각 기업의 내년도 노사 임금단체협상에 이를 반영할 수있도록 추진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장관은 “전문가들과 연구와 협의를 한 후 노사 의견을 충분히 듣는 과정에서일정은 조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위 10% 고액 연봉자의 임금동결 추진 의사도 밝혔다. 이 장관은 “4∼5월에는 노사정 대화에서 공감대를 이뤘던 상위 10%에 해당하는 임직원의 임금 자제와 기업의 추가 재원, 정부의 세제 지원 등을 통해, 그러한 재원이 청년고용 활성화와 비정규직 처우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총에서는 상위 10% 연봉자들의 임금을 동결하면 3만명 이상의 청년고용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했다”며 “경영계 내에 반발은 그렇게 크진 않아 보이며, 의지의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근로소득 상위 10%는 2013년 국세청 원천세 기준으로는 연평균 1억56만원을 받은 163만6000명, 노동부 근로실태조사 기준으로는 연평균 8625만원을 받는 127만6000명이 해당한다.

이 장관의 발언에 노동계는 격앙된 분위기이다. 노동계가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일반해고 가이드라인’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문제를 이렇듯 속전속결식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것은 노동계를 더 이상 대화의 파트너로 여기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상위 10% 연봉자 임금동결의 경우 노사정 특위에서 논의만 이뤄졌을 뿐 합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는데, 공감대 운운하는 것은 ‘기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노사정위에 참여하는 한국노총의 분위기는 더욱 심상치 않다. 노동시장 구조개선 노사정 특위의 결렬에 이어 한국노총이 현재 참여하는 공공부문발전위원회 등 5개 노사정 위원회에서의 탈퇴를 불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나아가 5월부터 총파업 투표를 벌여 5월 말이나 6월 초에 총파업을 단행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국노총이 총파업을 벌인 것은 1997년이 마지막이었다.

여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 여당 의원은 “성완종 리스트, 세월호 1주년 등으로 4·29 재보선에서 여당의 참패마저 예상되는데 일방적인 노동시장 개혁이 가능하겠느냐”며 “노동계 총파업 등이 예고된 마당에 서두르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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