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역전의 명수’였다. 김세영(22ㆍ미래에셋)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장식했다.
김세영은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오아후섬의 코올리나 골프클럽(파72ㆍ6383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아홉 번째 대회 롯데 챔피언십(총상금 180만 달러ㆍ약 19억7000만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로 1오버파 73타를 쳐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67ㆍ67ㆍ70ㆍ73)로 박인비(27ㆍKB금융그룹ㆍ67ㆍ70ㆍ69ㆍ71)와 공동 선두를 이룬 뒤 가진 연장전 승부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김세영은 지난 2월 바하마 클래식 우승에 이어 생애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올 시즌 LPGA투어 첫 다승자가 됐다. 두 번 모두 바람이 많은 휴양지에서의 연장 승부 끝에 달성한 우승이다.
1번홀(파5) 버디로 기분 좋은 출발을 보인 김세영은 2번홀(파4) 보기에 이은 3번홀(파4) 더블보기로 한 조에서 플레이한 박인비, 김인경(27ㆍ한화)에 공동 선두를 허용하며 예측불허 승부를 예고했다.
5번홀(파5)에서는 버디로 한 타를 만회했지만 7번홀(파4) 보기로 다시 한 타를 잃는 등 좀처럼 안정감을 찾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박인비는 단독 선두로 치고올라갔고, 한때 두 타 차까지 벌어지며 우승을 내주는 듯했다.
그러나 ‘역전의 명수’란 별명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걸 입증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안정된 플레이된 스윙을 되찾으며 박인비를 압박했다. 11번홀(파4) 버디 이후 17번홀(파4)까지 파로 막으며 반전을 노렸다. 그리고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거짓말 같은 드라마가 완성됐다.
김세영이 티샷한 볼은 워터해저드에 빠진 반면 박인비의 볼은 워터해저드 근처 긴 풀에서 멈춰 있었다. 결국 김세영은 한 타를 잃고 세 번째 샷을 시도, 그린 플랜지 부근에 보내는 데 만족했다. 박인비는 세컨샷으로 그린에 올린 뒤 버디 퍼트를 절묘하게 컵에 붙여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김세영은 그린 플랜지 부분에서 시도한 칩샷을 거짓말처럼 컵에 넣으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김세영은 같은 홀에서 진행된 연장 첫 번째 라운드에서 154야드 세컨샷을 샷 이글로 만들어내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한동안 얼떨떨한 표정을 짓던 김세영은 캐디와 기쁨을 나누며 포효했다.
강력한 드라이브샷과 정교한 아이언샷을 동시에 겸비한 김세영은 지난 2010년 제니아 투어(2부)를 통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 2011년과 2012년은 우승 없이 상금순위 40위와 32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2013년과 지난해에는 총 5승을 차지하며 한국 여자골프의 차세대 주역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말에는 장하나(23ㆍ비씨카드)와 함께 퀄리파잉 토너먼트(QT)를 통해 올 시즌 정식으로 LPGA투어 무대에 뛰어들었다.
우승상금 27만 달러(2억9000만원)을 챙긴 김세영은 리디아 고(18ㆍ캘러웨이골프ㆍ3위)와 스테이시 루이스(30ㆍ미국ㆍ2위)를 제치고 상금순위 1위(69만9735달러ㆍ약 7억5000만원)로 올라섰다. 김세영은 또 로렉스 올해의 선수(85)와 신인왕 포인트(626)에서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김세영, 박인비와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펼친 김인경은 두 타를 잃어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3위를 차지했다. 김세영과 신인왕 경쟁을 펼치고 있는 김효주(20ㆍ롯데)는 7언더파 281타로 최운정(25ㆍ볼빅)과 공동 4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