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에 '증거인멸'로 맞서는 기업…도덕적 해이 '심각'

입력 2015-04-20 09:25 수정 2015-04-2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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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기업들은 수사 착수 또는 (수사) 확대 조짐이 보이면 사건 은폐를 위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증거인멸은 검찰 수사를 방해한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방증과도 같다.

우선,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은 최근 경남기업 내부에서 조직적인 증거 은폐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경남기업 측이 자원개발 비리와 '성완종 리스트' 의혹으로 잇따라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사건 관련 내부자료를 빼돌리려고 일부러 CCTV를 끈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번 주 중반부터 핵심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방산비리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은 일광공영도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산비리합동수사단은 지난 달 14일 구속된 이 회사 이규태(66) 회장이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하자 증거를 보강하기 위해 같은 달 25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이 회장의 사무실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이미 수사에 필요한 자료들은 치워져 있었고, 컴퓨터 파일 등은 삭제된 뒤였다. 이에 검찰은 압수수색 현장에서 김씨 등 2명을 증거인멸·은닉 혐의로 체포,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뿐만 아니다. 지난 해 말 ‘땅콩회항’으로 논란이 된 바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땅콩회항 사태 이후) 대한항공 임원으로부터 증거인멸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검찰은 객실업무를 총괄하는 임원으로부터 압수한 휴대폰에서 삭제된 카카오톡 메시지와 문자메시지를 복구해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해당 임원은 박창진 사무장에 대한 회유상황, 국토부 조사에 대비한 조치 등을 수시로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대부분 기업 오너들은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는 경향이 짙다”며 “증거인멸은 말 그대로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의 최고 결정판”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증거인멸은 사건을 회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을 뿐 완전범죄는 성립할 수 없다”며 “기업들에게 있어 증거인멸은 곧 제2, 제3의 범죄행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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