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동남아 ①] 생산거점인 동시에 거대 소비시장… 전자업계 ‘신흥 경제블록’ 쟁탈전

입력 2015-04-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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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베트남 휴대폰·TV공장 2017년까지 누적투자 20조 전망… LG 베트남 하이퐁, 태국·인니와 ‘3대 수출 생산기지’로

▲삼성전자 베트남 생산법인. 사진제공=삼성전자
한국 기업들의 시선이 일제히 동남아 쪽을 향하고 있다. 해외 생산공장 건설 후보지로 대부분이 중국을 선택하던 분위기가 몇 년 새 완전히 바뀌었다.

인도네시아·베트남·말레이시아·태국 등 동남아 지역 국가가 한국 기업들에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뭘까. 업계는 풍부하고 값싼 노동력, 수출 전진 기지화에 유리한 지리적 여건을 꼽는다. 더불어 동남아 국가들이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한류 열풍’ 등으로 한국 기업에 대한 현지인들의 인식이 좋은 점도 이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동남아는 최적의 생산거점인 동시에 최고의 잠재력을 지닌 소비시장이다. 동남아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네번째로 많은 인구(약 2억5000만명)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5%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삼성·SK·LG 등 국내 대기업이 대거 진출해 있는 베트남의 경우 2009년 이후 1인당 GDP 증가율이 55%에 달하는 등 국민들의 소득과 생활 수준이 높아져 소비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글로벌 기업의 동남아 시장 패권 다툼에 한국 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 전자업계가 동남아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와 세제 혜택을 앞세운 동남아를 제3의 생산 거점으로 삼아 원가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국내 대표 전자·가전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특히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삼성, 중국 다음은 동남아… 베트남에 20조 투자 = 삼성전자는 베트남과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4개 국가에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다.

특히 투자는 베트남에 집중되고 있다. 베트남은 이미 삼성전자의 생산 및 수출거점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베트남 옌퐁과 호찌민에 각각 휴대폰과 TV 공장을 가동 중이다.

휴대폰 공장은 베트남 북부 박닝성 옌퐁공단과 타이응웬성 옌빈공단에 각각 위치해 있다. 25억 달러(약 2조7000억원)를 투입한 옌퐁공단에는 2009년부터, 20억 달러(약 2조1000억원)가 투자된 옌빈공단에는 2013년부터 휴대폰 공장이 운영됐다. 최근 삼성전자는 타이응웬성 휴대폰 공장에 30억 달러(약 3조2000억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업계는 옌퐁공단에서 연간 1억2000만대 규모의 휴대폰이 생산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타이응웬성 휴대폰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휴대폰 생산 규모는 총 2억4000만대로 확대, 베트남은 삼성전자의 세계 최대 휴대폰 생산기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호찌민은 소비자가전(CE)의 주요 생산거점으로 부상 중이다. 삼성전자는 호찌민 ‘사이공 하이테크 파크’에 TV와 모니터 등을 생산하는 소비자가전 복합단지 건설을 추진 중이다. 복합단지 규모는 70만㎡(약 21만평)로, 오는 2017년까지 5억6000만 달러(약 6000억원)가 투입된다.

이밖에 태국 스리라차 지역에서는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이, 말레이시아 포트 클랑과 세렘방 지역 및 인도네시아 치카랑 지역에서는 TV와 모니터 등이 생산되고 있다.

전자 계열사인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도 10억 달러(약 1조원)를 투자해 각각 옌빈공단에 휴대폰 부품공장을, 옌퐁공단에 디스플레이 모듈 공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업계는 베트남에 대한 삼성의 누적 투자액이 130억 달러(약 14조원)에 이르고, 오는 2017년에는 최대 200억 달러(약 2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베트남에서 열린 'LG전자 하이퐁 캠퍼스 준공식'에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LG “베트남, 글로벌 3대 생산기지로 키운다” = 베트남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3개 국가에 생산법인을 둔 LG전자는 베트남을 글로벌 3대 생산기지로 낙점했다. LG전자는 흥이옌과 하이퐁으로 나뉘었던 베트남 생산공장을 통합해 ‘하이퐁 캠퍼스’를 구축, 베트남 생산기지화에 시동을 걸었다.

LG전자는 지난달 하이퐁에 80만㎡(약 24만2000평) 규모의 캠퍼스를 조성하고 향후 15년간 15억 달러(약 1조6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베트남 내수 공급 위주의 흥이옌(TV·휴대폰)과 하이퐁(세탁기·청소기·에어컨) 생산공장을 하나로 합쳐 생산능력과 생산효율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태국의 TV 생산공장(연간 60만대 생산)도 하이퐁 캠퍼스로 이전할 계획이다.

하이퐁 캠퍼스에서는 기존 제품과 함께 IVI(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부품) 등이 생산될 예정이다.

LG전자가 하이퐁에 주목한 이유는 수출 전진기지로서의 이점 때문이다. 하이퐁은 베트남 제3의 도시이자 항구도시로, 지리적 접근성이 뛰어나다. 낮은 인건비와 법인세 혜택 등으로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세계 여러 국가에 수출 가교 역할까지 할 수 있다.

시장으로서의 잠재된 가치도 높다. 베트남 인구는 9000만명에 달하며 이 중 절반가량이 30세 이하 젊은층이다. 풍부한 노동력의 제공처이자 주요 소비시장인 셈이다.

코트라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베트남 최저임금은 한 달 기준 약 14만원에 불과하다.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등 다른 동남아 지역 국가와 비교해 임금 수준은 낮지만 노동력의 질은 높다는 분석이다.

해외 기업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전폭적 지원도 국내 기업들이 베트남을 찾는 이유다. 베트남 정부는 전자제품 주요 생산국으로 자리잡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제반산업을 육성하고 신규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특히 첨단기술 산업의 경우 15년간 10% 우대 법인세율을 적용하고, 과세소득 발생 시 발생 연도부터 4년간 법인세 면제 및 면제기간 종료 후 9년간 50% 세액 감면 혜택 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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