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빈자리 커지는 CJ, 잇따라 고배… 투자ㆍ고용 계획도 못 내놔

입력 2015-04-20 14:25 수정 2015-04-2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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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CGVㆍ대한통운, 인수 실패… 지난해 투자 규모 1조원대 추락

CJ그룹이 총수공백으로 인수ㆍ합병(M&A) 시장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고 있다. 회장이 없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응이나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지자, 반드시 잡아야 하는 매물을 매번 놓치고 있는 것. 여기에 더 나아가 올해 공식 투자 및 고용 계획도 내놓지 못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20일 CJ그룹에 따르면, CJ CGV는 올 들어 대형 인도 극장 기업 2곳의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공격적 배팅'을 앞세운 현지·글로벌 업체에 밀려 모두 실패했다.

매물로 나온 A 시네마는 인도 굴지의 대기업이 소유한 멀티플렉스 체인으로, 델리를 중심으로 8개 지점에 29개 스크린을 갖췄고, B 시네마 역시 인도 남부 첸나이 등 8개 지점에 48개 스크린을 보유한 유명 극장 체인 업체다.

CJ 관계자는 "세계 최대 영화 시장 중 하나인 인도 진출을 노리는 CJ 입장에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인수 건이었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회장이 없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나서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CJ의 문화사업 위축은 영화·방송·음악·게임 분야 전문업체인 CJ E&M의 투자 실적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2012년 898억원에 달했던 CJ E&M의 투자지출(CAPEX) 규모는 2014년 482억원으로 46% 줄었다. 특히 투자지출 항목 중에서도 해외합작, M&A 등에 해당하는 기업투자 항목의 경우 같은 기간 553억원에서 172억원으로 69% 급감했다.

문화사업은 CJ그룹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으로, 이재현<사진> 회장이 각별한 관심과 열정을 쏟아온 분야다. 이 회장의 한류문화 투자 사례는 지난달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재에 실리기도 했다.

2013년 7월 이 회장의 구속 이후 오너 부재 상태가 장가회되면서 문화 사업뿐 아니라 CJ그룹의 경영은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계획한 투자의 20%나 실행에 옮기지 못해 3년만에 실제 투자 규모는 1조원대로 추락했다. 올해의 경우 아예 공식 투자·고용 계획조차 내놓지 못한 상태다.

앞서 지난 2월 CJ대한통운은 싱가포르 물류기업 APL로지스틱스 입찰전에서 일본 물류기업인 KWE에 밀려 인수에 실패했다.

이날 CJ대한통운은 대우로지스틱스 인수의향서를 매각주관사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M&A를 통해 글로벌 물류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시킨 것이다. 그러나 회사 측은 "인수와 관련해 현재 공개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워진 만큼 실패할 가능성을 염두해둔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싱가포르 물류업체 인수 무산으로 이번 대우로지스틱스 인수 향방에 관심이 높다"며 "M&A 실패와 주요 투자계획 차질 등 굵직한 사업계획이 잇따라 보류되거나 무산되면서 이재현 회장 부재에 따른 그룹 침체가 심각한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현 회장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상고(上告)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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