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013년 세법개정 당시 연소득 5500만원 이하 근로자 90만명의 세 부담이 늘어날 것을 미리 알았으면서도 이를 감춘 채 추진해 올 초 ‘연말정산 대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 전 기획재정부로부터 ‘2011년 귀속분 연말정산 자료로 본 2013년도 세법 개정 적용 세 부담 추계내역’을 제출받았다. 이는 2013년 8월 세법 개정 추진 당시 국회 조세소위에도 제출하지 않은 기재부 내부 자료로, 이번에 문제가 된 근로소득 공제율 축소, 자녀 관련 공제조정, 연금계좌 세액공제 등 세법 개정에 따른 세부 항목별, 급여 구간별 세부담 증감을 시뮬레이션한 것이다.
이 자료를 보면 연소득 5500만원 이하 구간에 있는 중산층 근로자 90만5700명이 세법 개정으로 인해 39억5500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세부적으로는 연소득 3600만원~3650만원 구간에 있는 16만500명이 4억1810만원을, 4350만원~5000만원 구간의 74만5200명이 35억3780만원을 더 부담하게 되는 것으로 기재부는 예측했다.
특히 자녀관련 공제가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세금 부담이 줄어들었으나 유독 이 두 구간에서는 세 부담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소득이 더 높은 4750만원~8400만원 구간에서는 세액공제 전환으로 자녀 관련 공제에서 세금 혜택을 더 받을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또한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근로소득공제율이 축소가 전 계층의 세 부담을 조금씩 증가시킨 가운데, 4300만원~5000만원 근로자는 의료비와 교육비, 기부금 세액공제 혜택이 거의 없는 채로 근로소득공제율이 축소돼 세 부담이 늘어나는 원인이 됐다.
실제로 지난 7일 기재부가 발표한 2014년도 귀속 연말정산 전수조사 결과, 5500만원 이하 계층에서 194만명의 세 부담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렇듯 분석을 마치고도 세법 개정 당시 현오석 경제부총리까지 나서 “연소득 3450만원~5500만원 구간까지는 세 부담이 전혀 증가하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나, 자녀세액공제와 근로소득세액공제 확대 등 후속대책을 소급 적용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기재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은 “기재부가 이미 추계를 통해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저 ‘퉁쳐서’ 5500만원 이하는 세 부담이 늘지 않는다는 평균의 말장난으로 국민을 속였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