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일부를 빼돌려 해외 원정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세주(62) 동국제강 회장이 21일 오전 9시 55분께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짙은 회색 정장차림으로 검찰 청사 현관에 선 장 회장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에 가서 답하겠다"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답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한동훈)는 장 회장에 대해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배임, 상습도박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은 매년 2억 달러 규모의 원료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검찰은 동국제강이 일본과 러시아에서는 고철을 수입하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후판과 봉강 등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두 나라로부터 수입한 고철 대금을 실제 가격보다 부풀려 차액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장 회장이 동국제강 해외 법인을 통해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장 회장은 또 동국제강 미국법인 등에서 회삿돈을 빼돌려 미국 라스베이거스 특급 호텔에서 도박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동국제강이 건물관리업체인 페럼인프라, IT계열사인 DK유엔씨 등을 통해 내부거래로 수십억원을 횡령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동국제강은 미국 중국 브라질 등 모두 7개 국가에 해외 법인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