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독립법인’ 세워 롯데-신라 양강구도 도전…현대白ㆍ신라 ‘합종연횡’

입력 2015-04-21 11:27 수정 2015-04-2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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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

‘황금알을 낳는 면세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 유통업계 재벌 2∼3세 경영인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삼성가(家)에서 사촌지간인 이부진(44) 사장과 정용진(46) 부회장이, 범현대가(家)에서 당숙 정몽규(53) 회장과 조카 정지선(42) 회장이 한판 대결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경쟁사보다 뒤늦게 뛰어든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면세점업계 ‘롯데-신라’ 양강구도를 깨기 위해 별도 법인과 합작 법인을 세우면서 탄탄한 기반 마련에 힘쓰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은 ‘합작 카드’를 꺼내들었다. 연간 8조원에 달하는 시내면세점 사업권 획득과 글로벌 면세사업 공략을 위한 유통공룡들의 각종 묘안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유통 재벌들의 각종 묘수… 이부진ㆍ정몽규 ‘1조 동맹’= 2000년 이후 15년 만에 서울 지역 면세점 특허 3곳(대기업 몫 2개 + 중소기업 몫 1개)의 신규 허가를 둘러싸고 유통 재벌들의 기싸움이 치열하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와 올 초 인천공항 면세점 입성에 성공한 신세계, 면세점 사업에 신규 진출하기 위해 3년 전부터 공을 들이고 있는 현대백화점, 제주에 면세점을 운영하는 한화갤러리아, 용산역에 아이파크몰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산업개발 모두 서울 면세점 신규 허가권 인수전에 뛰어 들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서울 시내면세점 참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합작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호텔신라는 서울 장충동 호텔부지에 시내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새로운 면세점을 따 내려면 건물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호텔신라는 롯데면세점과 함께 국내 면세점 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해 독과점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이 사장의 선택은 현대산업개발이었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법인 설립을 위한 기업결합신고를 하고 시내면세점 사업에 공동 진출하기로 했다. 지난 3월 초 실무자들 간 접촉을 시작해 같은 달 말에는 정몽규 회장과 이부진 사장이 만났다. 합의 도장을 찍기까지는 일주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호텔신라는 아이파크몰의 입지적 강점(용산)을 높이 샀고, 독과점 문제에서도 한시름 놓게 됐다. 현대산업개발은 면세점을 운영한 경험이 없어 사업 파트너로 호텔신라가 제격이었다.

두 회사는 50대 50 비율로 출자해 ‘HDC신라면세점’을 신규 설립할 예정이다. 대표는 각사에서 1명씩 선임해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한다. 면세점은 현대산업개발이 갖고 있는 용산 아이파크몰 4개층을 활용하기로 정했다. 1만2000㎡의 국내 최대 면세점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인 롯데월드면세점(1만1000㎡)보다 크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단독으로 운영할 때보다 매출액이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돼 오픈 첫 해부터 매출 1조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진의 카드 별도 법인… 독립운영ㆍ전문인력으로 ‘글로벌 기반’ 구축= ‘이부진-정몽규 1조 깜짝 동맹’에 대항하기 위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별도 법인 카드를 내세웠다. 신세계그룹은 21일 면세점 별도법인 ‘신세계디에프’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백화점사업을 운영하는 ㈜신세계가 100% 출자해 자회사로 설립한다. 신세계는 면세사업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갖춘 성영목 신세계조선호텔 대표(前 호텔신라 대표)를 면세 별도법인 신세계디에프 대표로 내정했고, 향후 전문가 집단 풀 역시 강화할 방침이다.

이는 경쟁사에 비해 늦게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만큼 ‘한판승부’를 벌이기 위해 기반을 탄탄히 하겠다는 정 부회장의 다부진 의지 표현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은 신규 법인을 통해 면세점업계 ‘롯데-신라’의 양강구도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글로벌 진출 역시 적극적으로 타진할 계획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성장 잠재성이 큰 면세사업을 글로벌 기업들처럼 전문화시켜 향후 그룹 차원의 전략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기 위해 독립법인을 세운 것”이라며 “의사결정을 신속히 해 사업속도를 더 빨리 낼 수 있게 되고 그룹차원의 재무적, 인적지원도 강화돼 면세사업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기반 역시 탄탄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오는 6월 입찰예정인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를 획득할 경우 본격적인 국내 면세점 사업 인프라를 확보하게 돼 향후 면세 전문기업인 ‘신세계디에프’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면세점 신규법인은 당분간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 입찰에 주력하고, 신세계조선호텔 내 기존 면세사업과의 통합여부는 시내 면세점 특허결정 이후 적절한 법적, 행정적 절차를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왼쪽)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모두투어와 손잡은 정지선, 합작 법인으로=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가 공동 출자를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현대백화점그룹은 합작 법인 카드를 들고 나왔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모두투어 등과 합작한 면세사업 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며 “모두투어 외에도 능력있는 중견기업들과 합작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합작 법인의 구체적인 윤곽은 5월 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이 합작 형태의 면세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모두투어는 2012년 중국 관광객 모집 1위를 기록했던 여행업체다. 중국인 관광객을 면세점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창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모두투어와의 합작을 통해 면세점 사업권 심사 항목 중 ‘상생 기여’ 배점에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합작법인 지분은 현대백화점이 60% 이상, 모두투어 20% 등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은 시내 면세점 후보지로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점을 확정했다. 무역센터점이 있는 코엑스 단지가 관광특구로 지정된 데다 인근에 특급호텔과 카지노 등이 있어 최적의 인프라를 갖췄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그룹이 한국전력 부지를 개발하면 컨벤션센터와 전시장 등이 들어서 향후 성장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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