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회사 최고 건축물] 엄필현 현대종합설계 대표 “신공법 적용해볼 기회, 모험·도전욕구 자극”

입력 2015-04-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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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필현 현대종합설계 대표이사

“기술자는 건축물에서 생명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1978년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그해 현대건설에 입사한 엄필현 현대종합설계 대표이사는 사우디아라비아 내무성 본청 공사 진행 당시 과장으로 현장에 투입됐다.

엄 대표는 초기 선발대와 함께 사우디 내무성 현장에 투입됐는데, 비행기에서 바라본 사우디의 첫인상은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고 한다.

그는 “사우디라고 해서 사막의 황량함이나 살벌함을 연상했는데, 도착하니까 리야드 공항이 어마어마했다”면서 “공항 내부에 들어서니 천연 대리석의 웅장한 시설에 주눅이 들었고 공항을 빠져나와 한밤중에 보니까 시가지가 검은 융단에 야광주를 박아 놓은 것 같아서 그야말로 도시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사우디 내무성 건물은 혈기 넘치는 젊은 엔지니어에게 끊임없이 모험과 도전의 욕구를 자극했다.

엄 대표는 “당시 막 과장으로 진급해 현장을 누비면서 진짜 소신껏 내가 해보고 싶은 신공법이라든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방법들을 현장에 직접 적용해 볼 기회가 많았다”면서 “우리나라에서 구경할 수도 없는 50톤 타워크레인을 과감하게 트래블링 타입(Travelling Type)으로 끌고 다니면서 작업을 했는데 그게 마스트 폭만 10m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역경사가 진 외벽 마감을 위해 엄청난 양의 가설 비계가 필요했는데 대안으로 7층 높이의 가설 비계틀을 만들어 레일 위에 올려놓고 밀고 다녔다”면서 “감독이 저게 뭐냐고 묻기에 우주선을 발사대로 이동시킬 때 쓰는 롤링 플랫폼(Rolling Platform)이라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엄필현 대표에게는 ‘건축물은 살아 있다’는 선배들의 얘기가 피부에 와닿았다고 한다. 햇빛을 받으면 늘어났다가 기온이 떨어지면 다시 수축하는 건축물을 현장에서 접하면서 시멘트철근 등의 무기재료가 엔지니어의 땀과 노력이 들어가면 유기체가 된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우쳤던 것이다.

그는 ‘현장은 그 규모를 떠나 언제나 싸움터다’ 라고 생각한다. 그 싸움터에서 단련된 사람들이 현대맨이라는 것. 때문에 위기가 와도 마음에 동요가 없고 회사의 회생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엄 대표는 지금도 직원들에게 “현장에서 건축물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기술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대로 일해 본 사람은 자기 내부의 열정과 애정을 쏟기 때문에 현대건설의 사가(社歌)에 나오는 ‘일하는 기쁨, 일하는 보람’의 참 의미를 알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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