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4월 22일 谷風習習(곡풍습습) 봄바람이 솔솔 불어오네

입력 2015-04-2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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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생육신 중 한 사람인 추강(秋江) 남효온(南孝溫·1454~1492)의 문집에 ‘냉화’(冷話)라는 글이 있다. 그중 한 대목. “하루는 꿈에 어떤 빈집에 들어갔는데 널찍하고 적막했다. 대추꽃이 새로 피어 초여름 같았으나 뜰의 풀이 막 돋아나고 봄바람이 솔솔 부니 늦은 봄이었다.”[一日 夢入一空家 曠爽寂寥 棗花新開 則似初夏 而庭艸初生 谷風習習 則暮春也] 바로 지금과 같은 음력 3월이다.

여기에 나오는 곡풍은 동풍을 말한다. 습습은 온화하고 조화된 모양이다. 시경 패풍(邶風)편의 곡풍(谷風)에 ‘習習谷風 以陰以雨’(습습곡풍 이음이우), 솔솔 부는 봄바람에 날 흐리고 비 내린다는 말이 나온다. 시경 소아(小雅)편 곡풍지십(谷風之什)에는 ‘習習谷風 維風及雨’(습습곡풍 유풍급우), 솔솔 부는 봄바람이 비바람이 됐다는 대목이 있다. 이참에 봄바람에 대해 알아볼까. 동풍(東風)과 곡풍(穀風)은 만물을 자라게 하는 봄바람이다. 협풍(協風)도 같은 바람이다. 순(舜)임금의 선조인 악공 우막(虞幕)이 “이 바람[협풍] 소리를 듣고 음악을 만들어 만물을 낳게 했다”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높새바람도 동풍인 건 맞지만 모내기나 밭작물에 많은 피해를 준다 해서 살곡풍(殺穀風)이라고 부른다.

온화하고 따뜻한 봄바람은 이름도 참 많다. 개풍(凱風) 온풍(溫風) 양풍(陽風)이라고 불린다. 화풍(和風, 솔솔 부는 화창한 바람) 융풍(融風, 입춘 때 부는 바람) 혜풍(惠風, 화창한 봄바람)도 있다. 혜풍은 음력 3월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혜풍화창이라는 말도 있다. 훈풍(薰風)도 봄바람인 것 같지만 사실은 첫여름에 부는 바람이다.

봄인데 바람이 좀 쌀쌀하다 싶으면 “봄바람은 품으로 기어든다”고 말한다. 봄바람은 식물을 자라게 하지만, 사람이 봄바람이 깊이 들어 이성을 잃으면 패가망신하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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