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계약직 근로자, 근무평점 나빠도 기준점 넘었다면 해고 무효"

입력 2015-04-2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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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기간이 만료된 근로자가 업무평가에서 '재계약 불가' 기준점을 넘었다면, '근무평점이 동료들 중 가장 낮다'는 명목으로 회사가 재계약을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계약직 사내변호사로 일하던 구창훈 씨가 한국방송공사(KBS)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판결로 KBS는 구 변호사를 복직시키고 그동안 밀린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는 그 기간이 만료될 때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당연 퇴직하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규정이 있거나, 그런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신뢰관계가 형성된 경우에는 사용자가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구씨는 2006년 2월 KBS와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하는 연봉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KBS와 구씨는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며 사내변호사로 일해왔지만, 2009년부터 경영합리화를 이유로 비정규직을 대량해고해 온 KBS는 구 씨에게 2011년 2월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다고 통보했다.

구 씨는 계약갱신 거절이 사실상 부당해고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4회에 걸쳐 근로계약을 갱신했고, KBS의 '연봉계약직 운영기준'에 따르면 근무성적 평가 평점이 2년 연속 70점 미만인 경우에는 재계약이 불가능하다는 규정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구 씨의 2010년 근무실적 평가점수는 84점이었지만, KBS는 "구 변호사가 2010년 사내변호사 4명 중 최하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구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구 씨가 2010년 상반기 근무실적 평가에서 사내변호사 중 최하점을 받기는 했지만, 구 씨의 2010년 근무실적 종합평점이 84점으로 KBS 연봉계약직 운영기준에서 정한 재계약 불가 평점을 초과하는 점, KBS가 사내변호사를 감원해야 할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하면 KBS의 갱신 거절은 정당성이 없어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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