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아한글로 국내에서 SW업체로선 이례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는 한컴이지만 해외시장의 성과는 다소 아쉬웠던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영향력이 큰 만큼 국내시장 사수에도 힘이 부쳤던 만큼, 국내 SW업체들이 시선을 해외로 돌릴 여유는 없었다.
하지만 국내 SW업계 ‘맏형’인 한컴은 최근 해외시장으로 조금씩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더 이상 내수시장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판단, 그리고 국내 기술력으로 해외시장에서도 먹힐 수 있다는 자신감이 큰 몫을 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엔 2010년 취임하며 한컴의 외형적 성장을 이끌어온 이홍구 대표이사 부회장이 있다.
최근 판교 한컴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회사가 처한 현실에 대해 솔직하게 언급했다. 기술력엔 자신이 있지만 아직까지 수출에서 큰 족적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이 대표는 “현재 한컴의 해외사업은 전체 매출의 6~7%로 사실상 비중이 낮다”면서도 “수출통계엔 잡히지 않지만, 한컴의 모바일 오피스는 삼성 등이 만드는 스마트폰에 공급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사용자는 수억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기술과 제품 자체에 자신감이 있다는 이 대표 나름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어 “지금까지 해외매출 대부분은 모바일 오피스와 클라우드에서 나왔는데, 클라우드 오피스의 경우 좀 더 확대해 나아갈 계획”이라며 “클라우드의 경우 매출의 90% 정도가 유럽에서 나올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컴은 앞으로 수출 비중을 1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이 대표의 최우선 숙제이기도 하다. 그는 “빠른 시일 안에 수출 비중 10%를 넘겨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올해는 약 7~8%까지 비중을 높이는 것이 현실적일 것 같고, 내년에는 무조건 10%를 넘긴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올해 글로벌향(向) 설치형 오피스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쉽게 말하면 해외에서도 현지에 맞는 한컴의 아래아한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올 3분기 안에 출시해 하반기엔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이 대표는 “기존의 ‘한컴오피스’라는 브랜드를 계속 쓸지, 해외의 ‘씽크프리’를 쓸지, 아니면 새로운 브랜드를 구축할 것인지는 다음달 안에 결정할 계획”이라며 “현재 외부 컨설팅을 통해 글로벌향 설치형 오피스의 브랜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오피스 안에 포함되는 개별 브랜드는 영문 ‘H’를 붙이는 것으로 정해졌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번 글로벌향 설치형 오피스 출시를 통해 오는 3~4분기엔 해외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그는 “새로 출시할 글로벌향 설치형 오피스의 주요 시장은 영어권 지역과 중동이 될 것”이라며 “우선적으로 미국과 호주를 생각하고 있고, 아랍어 버전도 완성된 만큼, 중동시장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컴은 이미 중동시장 진출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중동시장은 우선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고, 자체적으로 흘러들어오는 돈이 많아 시장성이 충분히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표는 “중동지역에선 현지 국가와 공동기술 개발이라는 테마로 진출하려고 이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중동지역 사업 진출은 상대적인 부분이 많아 우리가 원하는 시점에 들어갈 수 없지만, 올해 말까지 가시화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컴은 올 초 유럽 10개국에서 수출 성과를 보이는 등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같은 성과의 중심엔 한컴 직원들의 열정과 성실성이 있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3년여 전 진행됐던 독일의 이메일 포털기업 ‘원앤원’과의 계약 건이다.
그는 “비교적 규모가 컸던 원앤원이 당시 브랜드 파워가 약했던 한컴의 클라우드 솔루션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였던 이유를 들어보니 요청 사항을 발송하면 밤낮 가리지 않고 24시간 응대하는 한컴 직원들의 열정에 감명을 받았다더라”며 “계약식날 원앤원 대표가 나에게 ‘당신을 보고 하는 계약이 아니라 당신의 직원들을 보고 하는 계약’이라고 말하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대표는 최근 클라우드 오피스 ‘넷피스24’를 출시하며 클라우드 사업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뛰어든 클라우드 시장인 만큼 한컴만의 차별화를 이룰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제기한다. 이 대표 역시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이를 잠재울 자신감도 있다.
그는 “우리의 차별점은 ‘플랫폼을 오픈’한다는 점, 즉 클라우드상에서 모든 SW 역량을 병렬로 함께 제공한다는 것”이라며 “어떤 OS나 프로그램이든 우리 플랫폼에서 개발되고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했다.
1차적 목표는 가입자 확대다. 가입자 저변이 확대돼야 한컴 서비스 수요가 넓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지금으로부터 12개월 안에 글로벌 시장을 포함해 가입자 1000만명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며 “해외 사용자들도 많은 만큼, 이들을 넷피스 가입자로 전환을 유도하고, 신규 해외마케팅과 통신사 공동 프로모션 등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한컴의 활발한 움직임과 맞물려 최근 회사의 실적도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지난해 한컴의 영업이익은 26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6% 늘었고, 순이익과 매출액도 217억원, 762억원으로 각각 25%, 11% 증가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치로, 2011년부터 4년 연속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 대표 취임 이후 4년 6개월여 만에 이끌어낸 성과다.
이 같은 성과에 지난해엔 중소기업청의 대표 중소·중견기업 지원사업인 ‘월드클래스300’ 기업으로도 선정되는 등 최근엔 한국형 히든챔피언으로서의 면모도 키워나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처지이지만 자신감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글로벌 공룡인 MS, 구글과 경쟁하고 있지만 우린 ‘제로(0) 베이스’에서 시작하는 상황이어서 더 좋습니다. 98%를 점유하고 있는 MS의 5%만 가져올 수 있으면 한컴 매출의 20~30배인 만큼, 자신감과 큰 배포를 갖고 움직여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