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인 내 친구는 “문자를 보니 망한 듯 반갑워”라는 답을 보내왔다. ‘망한 듯’이 ‘만난 듯’의 잘못인 건 바로 알았지만 어떻게 이런 오타를 내는지는 알 수 없었다. 연습해 봐도 그렇게 되지 않았다. 내가 망하는 꼴을 보고 싶어 그랬나?
이런 건 다 우스운 오타 사례이지만 말을 잘 몰라서 틀리는 경우는 대책이 없다. 최근 인터넷에서 본 맞춤법 오류 사례에는 ‘환장적’이고 포복절도할 게 많았다. 우선 “나보고 일해라 절해라 하지 마.” 재미있는 말이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일과 절을 해야 하지만, 무엇이든 자발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 자꾸 일해라 절해라 그러면 마음적으로 우러나서 하고 싶겠어?
‘멘토로 삶기 좋은 인물’이라는 무서운 말도 있었다. 이제는 멘토도 삶아 먹는 세상인가 보다. 김수환 추기경이 “삶은 계란”이라고 농담을 했다던데, “삶과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말뜻을 정확하게 알지 못해 잘못 쓴 경우는 이런 것들이다. 회계머니(헤게모니), 덮집회의(더치페이), 임신공격(인신공격), 골이따분한 성격, 나물할 때 없는 맛며느리감, 에어컨 시래기(실외기), 힘들면 시험시험 해, 수박겁탈기… 꽃샘추위를 잘못 쓴 곱셈추위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거 같다. ‘미모가 일치얼짱’ ‘마마 잃은 중천공’은 ‘일취월장’ ‘남아일언중천금’이라는 말을 몰라서 저지른 무식의 소치다. “죄인은 오랄을 받아라!”는 성적 농담 같기도 한데, 미운 놈한테 떡 하나 더 주자는 건지 뭔지?
‘요즘 젊은이들이 자주 틀리는 맞춤법을 모아서 쓴 소설’이라는 것도 있다. 이건 웃기려고 일부러 틀린 게 아니라 인터넷 SNS 등 온라인에 오른 글을 모아서 짜깁기한 연애소설이다. 그야말로 어이가 없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4월의 화사한 벅꽇같은 임옥굽이의 그얘만 생각하면 왜간장이 탔다. 그얘는 김에김씨였다. 혼자인 게 낳다며, 분비는 곳을 싫어하던 너… 사소한 오예의 발단은 이랬다. 따르릉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너 괴자번호가 뭐니?? 괴자번호를 불러주자 알았다며 끈었다. 얼마 후 백만원이 입금됬다. 어의가 없다. 늦은 밤, 신뢰를 무릎쓰고 전화를 걸었다. 내가 언제 돈 달라고 했니?! 그얘가 버럭 화를 냈다. 무슨 회개망칙한 예기야? 잠깐 괴자번호 빌린 건데 백만원 다시 돌려줘. 그리고 다신 내 눈에 뛰지마라. 그게 니 한 개다. 권투를 빈다…모든 게 숲으로 돌아갔다.”
다음은 이번 글의 결론. 이것도 비슷한 곳에서 퍼온 남의 글이다. “글을 쓸 때 맞춤법이 틀리지 않게 쓰는 여자는 아무리 가르쳐 주어도 맞춤법 자주 틀리는 남친에게 정나미가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고 글을 쓸 때 맞춤법 많이 틀리게 쓰는 여자는 남친이 맞춤법 자주 틀리게 써도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그거슨 질리!” 맞는 말씀 같다. 그런데 질리? 어떤 질리? 설마 베니아미노 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