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보완과 가계 통신비 인하 관련 법률 개정안이 쏟아졌지만 처리는 사실상 무기한 연기되는 모양새다.
24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이틀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68건의 법안 가운데 통신요금이나 단통법 개정안과 관련된 안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다음주인 27일에 있을 3차 법안소위에 올라 갈 14개 안건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게 계류 중인 통신요금 관련 법률 개정안은 모두 15건에 달한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10건, 단통법 개정안이 4건,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1건이다.
대표적인 통신요금 관련 법률 개정안은 요금 인가제 폐지, 단말기 완전 자급제와 분리 공시제 도입 등이다.
요금 인가제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을 인상할 때 정부 인가를 받도록 한 제도인데, 통신사간 요금 경쟁을 막는다는 지적이 있어 전병헌 의원 등이 작년 8월 폐지안을 내놨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단말기 판매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제도로 지난달 발의됐다.
시행 6개월을 맞은 단통법 개정안도 발이 꽁꽁 묶여있다. 대표적으로 최민희 의원 등이 지난해 10월 휴대폰 단말기 공시지원금 가운데 통신사 보조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구분하는 분리 공시제 도입안을 내놨다. 한명숙 의원 등은 작년 11월 단통법에서 규정한 보조금 상한제를 폐지하자는 법안을 제시했다.
이외 최근 우상호 의원이 발의한 기본료 폐지 법안, 전병헌 의원의 단통법 폐지 법안 등도 말만 무성할 뿐 국회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이 법안 논의가 미뤄지는 데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지난해에는 ‘정윤회 문건’ 논란으로 법안소위 자체가 무산됐다. 올해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회장의 정치권 금품 공여 의혹으로 여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 미방위원장인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돼 있고, 미방위원인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친박 게이트 대책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여야간 이견이 큰 안건을 논의하고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국회 안팎에서는 단통법 및 통신비 인하 관련 법안들이 6월 국회에서 한꺼번에 논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 보다 1회성 인기몰이식 법안 발의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사실상 통과가 불가능할 정도로 급진적인 법안이지만, 의원들이 언론플레이를 위해 내놓은 법안이 더러 있다는 것이다.
미방위 한 관계자는 “최근 미방위원장 교체 등 내부 사정이 많았고, 여야간 이견이 큰 합산규제법과 클라우드법을 처리하느라 논의가 미뤄진 법안이 너무 많아 일단 이것들부터 처리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통신비 인하나 단통법 폐지 안은 여야 입장차가 커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