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上篇)에서 선물옵션 만기일에 종합주가지수의 변동폭이 크게 확대되며 종가의 파생상품 기준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은 후진적인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선물옵션 만기결제지수 결정 시스템에 있다고 밝힌 바도 있다. 지난번 만기일에도 순매도이던 외국인이 종가동시호가에 8000억원의 현물을 10분만에 매수해서 종합주가지수를 급등시킨 것은 분명 개별종목이었다면 시세조종혐의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 10분간에 모든 걸 결정하는 한국의 결제방식
현재 만기청산의 기준이 되는 지수는 사실상 2시 50분부터 10분간 주문을 모아서 체결하는 종가동시호가 결정지수이며 이는 사실상 순간적인 마지막 1초가 모든 걸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지수산정방식은 크게 보아서 두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마지막 순간에 모든 실탄을 쏟아 부어서 가격에 영향을 주려고 하는 유인이 누구나 생긴다는 것이다. 10분간 결정을 하되 마지막에 모든 걸 걸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태생적 시세조종 유혹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일중 엄청난 변동폭에서 알 수 있듯이 만기일 하루 종일 지수를 쥐락펴락 하면서 옵션과 연계된 매매를 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문제이다. 거래가 늘어나서 혜택을 보는 이해 집단은 당연히 즐기겠지만 그 와중에 불을 보고 달려드는 불나방 같은 같은 투자자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당국은 이를 모른체 방관하지 말아야 한다.
결국 현 시스템이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얘기인데 그러면 미국과 일본의 제도는 어떠한지 살펴보자.
▲미국과 일본 등은 시가(始價)방식으로 결제지수 결정
미국과 일본이 채택하고 있는 만기지수 산정제도를 보자. S&P500, Rusell2000등 주요선물과 일본의 Nikkei225 선물은 소위 특별시가(SOQ, Special Opening Quotations) 방식으로 만기결제지수를 결정한다. 그리고 Nasdaq100 선물지수는 공식시가(NOOP, Nasdaq Official Opening Price)방식으로 만기청산지수를 결정한다. 지수편입종목중 체결이 되지 않은 종목에 대해 전일 종가를 기준으로 하든지 하는 예외를 제외하고 보면 시가(始價)기준이라고 보면 된다.<표참조>
▲미국선 20년전 종가결제방식 문제제기돼, 시가방식 전환
미국과 일본등 선진국시스템은 종가기준이 아니고 시가기준이라는 얘기다. 미국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우려를 반영해 1987년부터 시가기준을 채택했다. 도대체 무슨 우려일까? 그것은 마지막 몇 분간 거래에 대량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뉴욕거래소의 추정에 의하면 전체 거래의 10%가 지수차익 거래자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이 통제할 수 있는 거래량과 변동성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 선물옵션 만기일에 나타나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적이다. 종가에 지나치게 많은 거래량이 몰리다 보니 조작의혹도 불거지고 불신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시가로 지수를 결정하는 방식에 문제가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파생상품의 원조인 미국과 일본이 채택하고 있다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종가결제방식 버리고 시가결제방식 채택필요
한국증권거래소는 문제투성이의 종가기준 선물옵션 만기지수 산정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선진국형 시가기준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만기일도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물론 시가기준의 산정방식 역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10분에 모든 걸 결정하는 시스템보다는 전장동시호가 1시간 주문 받는 시스템이 안정감이 있을 것이고 만기일 하루 종일 세력들이 시장을 급등락시키는 병폐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20년 전인 1987년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문제가 있다고 해서 이미 폐기되어 버린 후진적인 제도를 계속 껴안고 가야 할 이유는 없다. 투자자들로부터 더 이상의 오해와 비난을 받지 않는 길은 이제라도 미국과 일본 등 증시선진국이 쓰는 제도를 과감히 도입하는 것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