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의 경제학] 왜 우유는 생산량이 많고 판매량이 적을까

입력 2015-04-27 09:19 수정 2015-04-2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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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유 재고는 쌓이는데, 팔리지는 않아 낙농농가들이 생산비 절감을 위해 젖소를 도축해야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주요 유제품 수출국인 유럽연합(EU)과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돼 최근 치즈를 중심으로 저가의 유제품 국내 수입이 늘어나면서 국내산 유제품 소비는 더욱 감소하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 다양한 우유 대체재의 등장으로 장기적으로도 낙농농가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우유는 국민 식생활의 필수식품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안정된 생산기반유지가 필요하다. 어려움에 부닥친 최근 국내 낙농의 경영현실을 타개하고자 경제학적 접근으로 본지가 4회 시리즈에 걸쳐 짚어본다.

◇남아도는 우유, 왜?=우유 소비가 급감하면서 재고가 늘고 있다. 우유는 유통기한이 짧아서 수분을 제거하고 분유로 보관하는데 지난해 분유 재고량이 1만8484톤으로 2002년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고가 쌓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생산은 늘어나는데 소비가 줄어든 탓이다.

최근 낙농가 수는 낙농업계의 고령화와 업을 이을 후계자 부족, 정부의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2012년 6007호에서 지난해 5693호로 6000선이 붕괴했다.

하지만 2003년 생산조절제도가 시행된 이후 생산 감축정책과 젖소개량 등의 생산성이 향상돼 전체 사육두수는 증가하고 있다. 가구당 사육두수는 같은 기간 70두에서 76두로 늘어났다. 농가당 생산규모 역시 최근 10년 동안 약 1.5배 증가했다. 우수한 형질의 젖소 개량으로 원유가 과잉 생산되고 있는 셈이다.

◇FTA로 수입 갈수록 느는데…국내 소비 증가 불투명=국민 1인당 유제품 소비량은 지난 2012년 사상 처음으로 70kg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반면, 국산 유제품 소비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내수의존도가 높은 우유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늘어난 유제품 소비는 고스란히 수입 유제품이 자리 잡았다. 2010년 64%에 달했던 국산 자급률은 지난해 56%까지 줄었다. 유제품 수입량은 2010년 113만4000톤(원유 환산)에서 지난해 168만2000톤으로 증가했다.

특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치즈 등의 소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서구화된 식생활, 웰빙식품 이미지, FTA에 따른 가격 하락 등이 치즈 소비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치즈 생산량과 소비량은 각각 12만톤, 11만톤이다. 이중 생산량의 약 80%인 9만7000여톤이 수입 치즈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산 치즈는 높은 제조원가와 전 세계적인 유제품 가격 하락이 맞물려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실수요업체인 제과ㆍ제빵업체는 원가 절감 차원에서 국내산을 기피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생산과 소비를 안정적으로 가지고 가지 않으면 우유 수급 불안정으로 낙농뿐만 아니라 유가공업계도 동시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우리 낙농산업은 생산성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지만 제도적으로 미진한 부분이 많다며 산업 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낙농산업은 갈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모든 생산지표가 위기임을 방증하는 만큼 국내 낙농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현실적인 소비활성화와 농가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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