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글로벌 M&A에 잇단 제동…기업들 당혹

입력 2015-04-28 08:17 수정 2015-04-2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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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캐스트·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등 포기…독과점 민감한 당국 설득 과제로

미국 규제당국이 글로벌 인수·합병(M&A)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어 기업들이 당혹해하고 있다.

일본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은 27일(현지시간) 지난 2013년 9월 결정한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와의 합병 계획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지난해 6월 각각 주주총회에서 합병 계획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독과점에 민감한 미국 사법부의 반응을 간과한 것이 오산이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세계 8개 국가와 지역에서 합병 심사가 지연됐는데 이는 사실 각국 사법당국도 미국 법무부의 대응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미국 법무부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 시장의 25%를 차지할 새 회사 탄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도쿄일렉트론과 AMAT는 일부 사업을 합병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결국 법무부를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협상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미국 법무부가 아직 점유율도 파악할 수 없는 개발이 진행 중인 제품에 대해서도 개선 조치를 요구했다”며 강경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용 반도체의 왕성한 수요에 더 효율적으로 대응하려는 양사의 시도도 물거품이 됐다.

미국이 M&A에 딴지를 건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주 미국 최대 케이블TV업체 컴캐스트는 2위 타임워너케이블(TWC) 인수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규모가 450억 달러(약 49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M&A였지만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가격 지배력이 과도하게 높아져 공공의 이익에 반한다”며 반대해 물거품이 됐다.

지난해 일본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미국 3위 이동통신업체 스프린트도 미국 사법당국의 반발에 부딪혀 4위 T모바일US 인수를 포기했다. 이에 스프린트에 이어 T모바일US까지 사들이면서 미국시장에서 자리를 굳히려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앞서 미국 법무부와 FCC는 지난 2011년 AT&T의 T모바일US 인수도 무산시켰다.

시장조사업체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M&A 규모는 3조4800억 달러로 전년보다 5% 증가했고 그 가운데 미국 기업 비중은 40%에 달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조금이라도 금리가 낮을 때 자금을 빌려 M&A에 투자하려는 기업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와 FCC 등 관계 기관들이 ‘경쟁의 파수꾼’을 자처하며 시장의 과점화를 견제하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독과점에 민감한 당국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가 기업들의 큰 과제로 떠올랐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아메리칸항공은 지난 2013년 US에어웨이와 합병에 성공했으나 그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미국 연방정부와 6개 주정부가 독과점 금지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대 여론이 거셌기 때문. 이에 양사는 주요 대도시의 운항을 감축하기로 법무부와 합의해 가까스로 규제 관문을 넘어설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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